[첫 번째 블로그]
제가 온라인에 남들도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한 건 대학생 때 휴학을 하고, 과외를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정확한 계기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어느 순간부터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매일매일 내 시간을 할애해서 수업을 하는데 그 수업의 내용이 일회성으로 사라진다는 점과 동일한 내용의 수업을 반복하게 되면서 뭔가 아깝고,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기록을 남기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제일 만만한 블로그를 선택했던 거 같습니다. 그게 2009년도입니다.
그렇게 열심히 과외 수업과 관련된 내용을 맹목적으로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에 작성했던 글들은, 퀄리티는 떨어질지언정 정말 광고 목적이나 어떠한 사심도 없는 정말 순수한 정보성의 글들이었습니다. 그런 글들을 꽤 오랜 기간 동안 매일 꾸준하게 올리니 자연스럽게 블로그의 방문자 수가 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절정일 때는 하루에 만 명이 넘는 방문자 수가 있기도 했습니다(정말 안타까운 건 그 시기의 네이버 블로그에는 광고를 달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은 adpost가 있죠...) 글을 하나 올리면 좋은 댓글도 바로바로 달렸습니다. 그게 그렇게 재미가 있어서 저는 더 열심히 블로그를 운영하게 되었고, 제가 올리는 글들은 네이버 상단에 너무너무 쉽게 노출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애초에 대학생 때 과외를 하기 시작했던 이유가 사업 때문이었습니다. 기본적인 생활은 스스로 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했던 게 과외였고, 그러면서 블로그에 수업 내용들을 정리했던 겁니다. 그런데 블로그의 방문자가 많아지고, 글을 올리는 족족 많은 사람들이 그 글을 보러 오는 신세계를 체험하면서 이러한 프로세스를 내 사업에도 활용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제 블로그의 가치는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정보성이 아닌 광고 목적의 글들을 매일매일 올리고, 기존에 올리던 글들과 전혀 상관없는 카테고리의 글들을 올리기 시작했고, 그런 기간이 1년 넘게 이어지니 어느 순간 방문자 수가 반의 반 토막이 났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저품질 블로그가 되어 있었고, 저품질의 블로그는 다시 살리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제 첫 번째 블로그는 아직도 접속은 가능하지만 글을 올린 지 10년이 넘은 상태입니다.
[두 번째 블로그]
취업을 하지 않고 사업으로 먹고살겠다는 대학생 때의 목표는 취업 이후로 미뤄지게 되었고, 그렇게 개발자의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 다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목적은 사업이 아닌 회사 업무나 알게 된 것들, 관련 지식이나 기술들, 공부한 내용들의 정리였습니다. 당연히 이 블로그에도 처음에는 양질의 콘텐츠가 매일매일 올렸었습니다. 그렇게 1년 정도 지나자 이번에도 방문자 수가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취업은 했지만 여전히 사업이 목표였던 제 입장에서는 다시 한번 블로그를 활용해서 뭔가를 해보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렸지만 대학생 때 한 번 그렇게 했다가 블로그가 망가지는 걸 경험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일단 취업을 했으니 회사 일을 제대로 하겠다고 다짐했었고, 그러면서 IT 기술과 경험/경력을 쌓는 게 더 중요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할수록 제 두 번째 블로그는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6년 뒤에 퇴사를 하고 다시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까지 그 블로그를 운영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블로그는 제가 사업을 하는 내내 저에게 엄청난 기회를 만들어 줬습니다. 첫 번째 블로그를 날렸던 경험을 기반으로 두 번째 블로그는 나름 이것저것 따지고, 관리하며 사업에 이용했던 겁니다. IT와 관련된 콘텐츠로 성장했던 블로그였기에 그 범주를 지키면서 아슬아슬하게 제 사업과 관련된 광고가 믹스된 콘텐츠를 올리기도 했고, 양질의 콘텐츠도 지속적으로 올렸습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는 결국 두 번째 블로그도 맛이 갔지만 그 이유는 광고성의 글들을 마구마구 올려서가 아닙니다. 좀 거창하게 표현하면 시대의 흐름(?)이 그러했습니다.
광고 글들로 넘쳐나는 블로그 서비스를 네이버에서 방치할 리가 없었고,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를 또 그렇게 이용하면서 사용자들 또한 그러한 사실을 다 알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광고로 돈을 버는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통해 공짜로 광고 효과를 보는 블로거들이 조금은 얄밉기도 했을 겁니다. 또한 콘텐츠의 형태가 블로그와 같은 텍스트에서 음성이나 영상으로 넘어갔으며, 여러 블로그 서비스의 탄생, 구글의 성장 등 너무나도 많은 요인들로 인해 블로그 생태계가 축소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기존의 블로거들은 뚜렷한 대안이 없었고, 관성적으로 하던 걸 계속하면서 아쉽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블로거가 여전히 좋은 온라인 채널의 역할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SNS 서비스와 팟캐스트의 등장, 결정적으로 유튜브가 세상에 나타나면서 판 자체가 바뀌게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 모든 거의 시작은 스마트폰에 등장인 거 같네요)
유튜브
그 변하는 트렌드에 맞춰서 제가 빠르게 이동하지는 않았습니다. 최근 2~3년 전까지도 저는 제 블로그를 통해서 사업을 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결국 저도 SNS나 유튜브와 같은 새로운 채널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고 3년 전부터 블로그가 아닌 여러 온라인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채널들을 기반으로 개인 홈페이지까지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많이 서툴고 어설픕니다. 그러니 어떤 결과도 나오지 않고, 그냥 제시간만 할애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계속하고 있는 건 결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온라인상의 개인 채널은 이제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자신의 SNS와 LinkedIn을 운영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이걸로 돈을 벌겠다, 사업을 하겠다가 아니라고 해도 자신을 어필을 해야만 하는 시대이고, 실제로 이러한 채널들을 통해 취업을 하고, 투잡을 뛰고, 사업을 하고 있는 개인/기업이 많습니다. 사업의 목적이 없음에도 자신의 온라인 채널에 돈을 소비하는 개인들만 봐도 이러한 흐름을 어렵지 않게 체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트렌드도 아니고, 이제는 그냥 일상일 뿐입니다.
http://www.youtube.com/@sosoceo
팟캐스트
방문자도 없고, 수익도 되지 않는데 퇴사하고 사업을 하고 있는 개인 사업자가 적지 않은 시간을 자신의 채널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글에 올린 유튜브, 팟캐스트, 블로그 말고도 최소 4~5개의 채널을 더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나같이 많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해야만 한다고 진작에 결론이 났기 때문에 사업적으로 어려워도 이 채널들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만 합니다. 사업적으로 어려운 상황들을 제 온라인 채널들을 통해 타개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합니다. 아니라고 해도 운영해야 됩니다. 왜냐하면 지금의 제 사업이 잘 안 되더라도 다른 형태로 혹은 다른 분야의 사업에서 도움이 될 거라고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주식 투자와 함께 온라인 채널 운영/관리는 제가 사업을 하는 이상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것들입니다. 현재 제 주요 수익처가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일을 하고 싶어도 뭔가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더욱더 많은 시간을 콘텐츠 제작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7548
블로그
그런 제 선택이 오답일 확률이 높기는 합니다. 잘되면 정답이고, 그렇지 않으면 오답인데 보통 어떤 새로운 일을 하면 잘 안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더 해야만 합니다. 콘텐츠 제작이나 온라인 채널 운영이 잘 안 될 수 있는 것처럼 그 외의 다른 일들과 선택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제가 정답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 제가 맞다고 생각하는 걸로 좋은 결과를 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제가 너무 재미있습니다. 또 생각해 보면 대학생 때부터 그렇게 삽질을 하면서도 사업을 하려고 했던 이유가 있고, 바라던 모습이 있는데 그 이유와 모습에 콘텐츠 제작은 너무나도 잘 어울리고 궁합이 잘 맞는 선택입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혹은 장소나 시간에 구속이 된 상태에서는 제가 목표로 했던 모습에 도달할 수가 없습니다. 퇴사하고 사업을 하면서 5년 동안 삽질하면서 여러 시도를 했고, 몇 가지 방법들을 찾았는데 그중의 하나가 온라인 개인 채널입니다. 제가 지금 메인으로 하고 있는 BM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매출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지금처럼 콘텐츠 제작에 할애하는 시간들이 아깝지 않습니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 열심히 일했다는 뿌듯함마저 들고, 이런 뿌듯함을 언제 느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충만함입니다.
SNS
그 결과가 어떠할지는 당연히 저는 모릅니다. 확실한 건 지금 제가 가장 열심히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입니다. 그 말은 이 일이 재미가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일로 돈을 벌고 싶다."라는 말을 많이들 하잖아요. 이 말은 굉장히 진부한 걸 넘어서 허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어떻게든 그렇게 된다면 나름 성공한 삶이라고 말할 수는 있을 겁니다. 어차피 사업을 한다는 거 자체가 허상을 보면서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이러한 과정들도 익숙해져서 이제는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단지 가끔 한 번씩 현타가 와서 멘탈이 탈탈탈 털리기는 하지만 그것마저도 사업의 과정일 뿐입니다. 가끔 예전이 그립기도 하고, 큰 한숨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사업을 하고 있는 제 모습에 후회는 없습니다. 어떤 선택을 했더라도 결국 지금의 제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원하는 과정 속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몇 달 뒤 혹은 몇 년 뒤 이런 제 선택의 실패에 대한 글들을 쓰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것마저도 콘텐츠일 뿐입니다. 어떤 것도 무의미 한 건 없다는 말을 믿습니다. 실제로 제 사업의 여정이 그러했고요. 정말 관련이 없어 보이던 것들도 결국 제 사업의 일부가 되고, 과정이 되고, 결과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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