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은 아니지만 월급을 받는 직장인으로서 회사도 다녀보고, 퇴사 후에 사업도 해보고, 또 사업하는 입장에서 주변의 직장인들과 대표들을 보면서 알게 된 사실은 누구나 결국 갑이면서 을이라는 점입니다. 큰 회사에 대표는 수많은 직원들에게 월급과 일을 주는 갑의 위치에 있지만 동시에 그 월급 이상의 매출과 수익을 만들어 내기 위해 회사 밖에서는 다른 기업이나 조직과 계약을 맺어야 하는 을의 위치에 있기도 합니다. 반대로 어떠한 부와 명예도 없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이라고 해도 편의점에 가거나 기업의 고객센터에 연락을 하면 갑의 위치에서 요청하거나 좀 심하게 표현하면 지시도 할 수가 있습니다. 모든 회사의 직원들은 개인이나 기업을 고객으로 가지고 있는 을의 입장이지만 동시에 그 회사는 또 다른 회사의 고객사이기 때문에 갑이기도 합니다. 회사원들이 사무실에서 일하다 보면 갑과 통화하기도 하고, 을과 통화하기도 하는 거죠. 절대적인 갑이나 절대적인 을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런 경우는 상대적인 비율로는 압도적으로 적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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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소위 말하는 갑질이 발생하는 건 내가 유리한 입장에서 아쉬운 입장에 있는 개인이나 회사를 상대할 때 발생합니다. 내가 혹은 내가 속한 조직에서 돈을 지불하고 있는 또 다른 조직한테, 혹은 돈을 받고 있더라도 지식이나 기술, 권력 등의 힘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고객한테 갑질을 하는 겁니다. 임의로 일정을 변경하거나 책임을 떠넘기거나 계약 조건을 변경하는 등 이치에 맞지 않거나 말을 바꾸는 행동 등 여러 형태로 아쉬운 쪽한테 강요하거나 압박을 하고 있는 거죠..
정말 여러 분야에서, 매일매일 다양한 형태로 갑질이 존재하고 있겠지만 그중의 일부만이 세상에 드러나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을 겁니다. 지금도 여전히 자연스럽게 갑질은 발생하고 있을 거고,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지고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앞에서 말했듯이 절대적인 갑이나 을은 없습니다. 갑이면서 을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당연히 갑과 을, 두 입장에서 개인이나 조직의 입장/상황/기분/감정 등을 모르지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질이 발생하는 건 동쪽에서 뺨 맞고, 서쪽에서 화풀이를 하는 거고,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해서 그런 걸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는 갑질을 하지 않는 경우가 하는 경우보다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상황이어도 내가 갑일 때는 갑이기 때문에 갑질이라고 인지하지 못하고, 을일 때는 을이기 때문에 갑질이라고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대부분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은 정말 누가 봐도 갑질이라고 말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해도 자신의 상황이 을이면 갑질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는 겁니다. 결국 상대적인 입장의 차이 때문에 갑질이라고 인지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겁니다.
결국 월급을 받는 직장인의 입장에서 혹은 수많은 직원들의 월급을 주면서 기업을 이끌어야 하는 대표의 입장에서 자신의 책임과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평균 이상의 결과를 내기 위해 열심히 일을 했을 뿐인데 그 과정에서 누군가에게는 갑질이라고 보일 수 있는 언행이 있었던 겁니다. 당연히 그렇게 받아들이는 쪽은 을이었을 거고요.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맡은 역할을 했을 뿐인데 갑질이라니!!
요즘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제자들한테 말도 함부로 못한다고 하죠? 선생님이 제자들한테 쓴소리를 하거나 잘못에 대해 훈육을 하면 학생 입장에서는 엄청난 갑질이 되나 봅니다.
갑질이 옳다는 게 아닙니다. 단지 을의 입장에서 갑이 하는 모든 언행을 갑질이라고 우기는 경우도 많고, 을이 이를 악용하는 상황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런 표현은 없겠지만 분명 '을질'이라는 것도 존재합니다. 촉법소년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아직 사회적으로 약자에 있다는 이유로 엄청난 면죄부가 발생하는데 이거 자체가 문제는 아니고 대부분이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걸 알고 그 약자라고 생각했던 소년/소녀들이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횡단보도 한가운데에 드러눕고, 어린이 보호 구역에서 일부러 차량으로 돌진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어린이 보호 구역을 피해 가는 경로를 추천해 주는 차량 네이게이션도 있다고 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갑질로 보일 수 있는 행동들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을 겁니다. 비용을 지불하고 일을 맡긴 입장에서 그 일을 받은 업체한테 분명 항의하거나 따질 수 있는 겁니다. 오히려 그럴만한 상황임에도 쉬쉬하고 넘어갔다면 애초에 그런 상황을 만든 을에 잘못이 크지만 사전에 이런 상황을 관리하지 못하고, 인지하지 못한 갑의 담당자도 잘못이 없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갑질을 하면 안 되니까 항상 웃으면서 좋게 이야기하고, 쉬쉬하고, 그냥 넘어갔다면 오히려 그게 더 큰 잘못입니다. 그 사람은 갑의 입장에서 일하면서 본인의 역할을 제대로 못한 거니까요. 갑에 해당하는 조직에 속한 입장에서 그 담당자는 자신의 역할과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거니까요.
갑질을 하는 건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을의 입장에서 갑질이라고 보일 수 있다는 이유로 갑의 담당자로서 해야 될 일을 하지 않는 것도 잘못된 겁니다. 그리고 사회적인 이유로 (학교의 선생님, 촉법소년과 같이) 갑의 입장에서 해야 될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건 더 큰 문제이고요... 갑질이 갑의 입장에 있는 개인이나 회사가 하는 모든 언행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이걸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흡사 모르는 것처럼 갑질을 정의해 버리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일을 하지 말라는 건가?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는 건가?
알아서 하라는 건가?
비논리적? 감상적? 이상적? ...
일을 하고, 사업을 하면서 이런 표현은 사용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이런 말장난이나 투정은 친구나 집에서 하는 거고,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일을 할 때는 논리적이고, 현실적이고, 명확하게 하는 게 맞는 거니까요.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언성을 높이고, 내용증명을 보내고, 고소를 하고, 재판장을 가게 되는.... 그런 상황을 많이 봤고, 또 겪어 봤습니다. 일을 하자는 건지 소꿉장난을 하자는 건지...
일을 잘한다는 건 지시사항을 잘 따르고, 이행하는 것도 있겠지만 관리자나 팀장 혹은 갑의 위치에서 지시하는 입장이 되었을 때 어떻게 하느냐도 해당이 됩니다. 일정 내에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갑질이 아닌 선에서 혹은 갑질처럼 보이지 않게 지시를 잘 내리는 거...!! 물론 운이 좋아서 갑질로 판단당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운도 실력이라고 하던가요? 회사는 물론 세상도 결국 결과로 판단하니 갑질을 하더라도 잘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그 개인/회사는 인정받는 거고 승승장구하는 거겠죠. 그런 현실이 좀 별로일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을의 입장에 있는 개인/회사 혹은 촉법소년들도 을이라는 그들의 상황을 악용하든 갑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든 어떻게든 자신들한테 유리한 판이 되도록 애쓸 것이니 별로라고 실망할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받아들이고 거기에 맞춰 그럭저럭 옳은 방식으로 나아가는 게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복잡한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과 일, 책임을 문제없이 다 해내는 걸 일을 잘하는 거라고 하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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