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에 퇴사를 하기 전까지는 정말 일만 하면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얼른 퇴사해서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도 항상 가지고 있었습니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내가 너무 부족하니까 회사 다니면서 내 전문 기술도 늘리고, 이것저것 준비도 하겠다는 생각으로 6년 정도 죽은 듯이 회사만 다닌 거죠. 그리고 실제로 퇴사를 해서 지금까지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스스로도 신기했던 건 처음 퇴사할 때는 앞으로 절대로 취업을 하지 않고, 내 사업만 하겠다고 결심을 했었는데 그 사업을 계속 하다 보니 사업적으로 필요하거나 확장을 위해 취업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관련글 : 퇴사 4년 만에 다시 출퇴근하게 된 이유는?]
IT 개발 분야가 한창 잘 나갈 때 제 사무실 근처에 있는 스타트업 회사에 관리자로 단기간 계약해서 일주일에 이틀만 출근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접하면서 동시에 부족한 현금도 좀 보충할 수 있었고....
위의 회사에서 알게 된 사람을 통해 위 회사와의 계약이 끝나자마자 다른 회사로 CTO로 일하게 되면서 이번에는 클라우드 기술도 배우면서 그 당시에 제가 운영하던 온라인 서비스를 리뉴얼할 수 있는 힌트를 얻은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헤드헌터 회사와 계약을 맺으면서 구인구직 시장에서 제가 사업적으로 접근할 여지가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1780825?e=24679271
최근에 스타트업 회사와 계약을 맺고 남의 일을 했던 이유는 제가 그 회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입니다. 재택근무 비율이 높거나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만 출근을 하면 되는 식이었죠. 만약 주 5일 출퇴근을 해야 했다면 제 사업에 영향이 가기 때문에 절대 그 회사에서 일하지 않았을 겁니다. 사업한다고 퇴사했는데 다시 다른 회사에 입사를 할리가 없죠... 이번에 계약한 헤드헌터 회사(서치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오히려 더 합니다. 일주일에 최소 2일만 출근을 하면 되는 건 기본이고, 제가 일 하는지 여부나 성과를 크게 관여하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대신 1원의 월급도 없고, 철저하게 구직자를 회사에 취업시켰을 때 성공 보수만이 있을 뿐입니다. 사무실에 오든 안 오든, 사무실에 일을 하든 안 하든 회사에서는 어차피 저에게 주는 월급이 없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는 거죠. 제가 최소한의 선만 지키면 회사는 저한테 신경도 쓰지 않을 겁니다.
말이 회사지 결국 모든 계약된 직원들이 개인 사업자처럼 일을 하는 거고, 단지 헤드헌터로서 일을 하기 위한 자격과 인프라를 회사는 제공할 뿐입니다. 그리고 헤드헌터들은 고객사에서 받는 금액에 30%를 회사에 주게 됩니다. 고객사가 헤드헌터에게 지불하는 수수료는 구직자 연봉의 15~25% 정도라고 합니다. 제가 추천한 구직자가 연봉 5,000만 원으로 고객사에 취업이 되면 그 고객사는 수수료(혹은 소개료)로 최소 750만 원을 서치펌 회사에 지불하게 되고, 그 750만 원의 70%가 제 몫이 되는 겁니다. 대략 520만 원 정도 되겠네요. 당연히 수수료를 떼지 않고 750만 원 그대로 받으면 좋겠지만 헤드헌터로서 일할 수 있는 자격을 서치펌을 통해서 얻을 수 있고, 인적 네트워크와 그 외 적지 않은 지출비용, 그리고 사무실 등을 활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30%라는 비용이 그렇게 신경 쓰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제 사업에 큰 영향 없이 다른 업종에서 다른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데 거기에 초기 비용 자체도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헤드헌터로 일을 해보기로 한 거고요.
이전부터 헤드헌터라는 직종에 약간에 관심은 있었지만 서치펌 회사에 취업하려고 제가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한 건 아닙니다. 헤드헌터로 일하게 된 학교 선배가 있었고, 그 선배를 통해 조건이나 일하는 방식 등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관심이 있었던 직종인데 충분히 제 사업과 병행할 수 있겠다 싶어서 바로 그 선배한테 나 좀 추천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던 겁니다. 그리고 그 말을 한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서 서류/면접까지 진행해서 이번 주에 교육 듣고 다음 주부터 제가 사는 곳 근처에 있는 지사 사무실로 발령될 예정입니다.
학교 선배의 추천때문인지 아니면 서치펌 회사가 헤드헌터 지원자와 계약을 해도 월급을 주지 않아도 되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헤드헌터라는 타이틀을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당분간은 제가 좋아하는 카페에 갈 수는 없겠지만 사업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되어서 지금 나름 뿌듯해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사람들도 만날 수 있고, 사는 곳 근처에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무실도 생겼습니다. 당분간은 출퇴근을 해야겠지만 덕분에 좀 더 부지런해질 수 있게 되었고, 그나마 그 출퇴근도 많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헤드헌터로서 어떠한 일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절대 아닙니다. 애초에 제가 헤드헌터에 관심이 생겼던 이유도 저에게 컨설팅/교육/세미나를 받는 분들 중에서 저를 통해 개발자로 취업을 하신 분들이 몇 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러운 과정과 필요, 요청에 의해서 저를 통해 누군가가 개발자로 취업을 했었고, 저는 이걸 직접 겪은 겁니다. 제 입장에서는 당연히 사업적으로 생각을 해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하는 다른 일들처럼 소소하게 여기에서도 결과를 만들 수 있다면 충분히 할 가치가 있는 겁니다. 일단 저는 제 자신이 취업하겠다고 이력서나 자소서를 써본 적도 없고, 이 분야에서 이제야 곧 교육이 끝나는 초짜일 뿐입니다. 아직 고객사도 없고, 담당자도 없고, 문의자도 없습니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되는 게 없습니다.
급하게 마구잡이로 구직/이직 제안을 여기저기 할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예비 고객들을 모아볼 생각입니다. 그럼 당연히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하지만 저는 받는 월급이 없기 때문에 제가 성과가 없다고 해서 회사에서 뭔가 해보려는 저를 쫓아내지는 않을 겁니다(그래서 기꺼이 지원한 거고요) 일단 제가 생업을 목적으로 헤드헌터로 뛰어든 건 아니기 때문에 길게 보고 제가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결과를 만들어 볼 거고, 이런 저를 서치펌에서 방치해줄 때까지 그 일은 계속될 겁니다. 그러다 보면 어떤 의미 있는 결과가 하나 나올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요.
'사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각과 말로만 사업을 하는 사람들 - 퇴사를 하지 않으면 사업을 못한다!? (0) | 2023.08.11 |
---|---|
세무사에 따라 개인 사업자의 세금이 바뀌는 세법이 맞는 건가? (0) | 2023.07.06 |
10년차 개발자가 비 전공 신입 개발자에게 사업을 제안한 이유는? (0) | 2023.01.02 |
퇴사해서 사업을 하려는 이유는? (1) | 2022.12.16 |
축구 선수도 직장인 맞죠? (0) | 2022.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