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을 받으며 회사에 다닐 때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퇴사를 하고 사업을 해도 사람 때문에 힘든 건 마찬가지입니다. 회사에서는 이해관계가 너무 많고, 생각이나 가치관이 서로 다른 사람들 때문에 힘든 경우가 있지만 사업을 하면서는 함께 일 할 사람 자체를 구하기가 어렵고, 어떻게 구해도 회사에서처럼 이해관계/생각/가치관 등으로 회사 때와 똑같은 이유로 또 사람들과 갈등해야 됩니다.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회사 때와 동일한 이유로 힘들고 여기에 추가적인 이유가 더 있는 겁니다.
http://www.podbbang.com/ch/1780825?e=24592988
퇴사를 하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졌던 생각이나 목표 중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 사람들과 함께 해보자는 것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2년 동안은 적극적으로 사람도 만나고, 제안도 하고, 실제로 일을 함께 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이유/문제/갈등 등으로 인해 결과가 좋았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는 사람 때문에 크게 힘들어 봤던 적이 많지 않았는데 오히려 퇴사하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사람 때문에 너무 힘들었고, 지금은 사람들과 엮이는 걸 최소화하려고 노력까지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어느 시점부터는 '굳이 뭐 하러 힘들게 남들과 일하려고 하냐...' '나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건 얼마든지 많은데...'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현재는 혼자 일하고 있고, 하고 있는 일이나 일을 하는 방식이 모두 혼자 한다는 전제 하에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은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문제는 좋지도 않다는 점입니다. 정체되어 있고, 새해에는 어떻게 될지 잠깐 생각해보면 희망적인 것보다는 좋지 않은 것들이 더 많이 떠오릅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의 하나가 바로 혼자 일하기 때문일 겁니다. 어느 수준까지는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고, 개인마다 역량이나 운 등 여러 이유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수준이 되면 정체가 될 수 밖에는 없을 겁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시기가 왔고, 어쩌면 그 시기가 넘어가고 이미 하락하기 시작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사람을 구할 수도 없고, 아무나 데리고 와서 일할 수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저와 함께 하려는 사람들부터가 많지 않습니다. 그냥 제가 부족한 거고, 모두 제 잘못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들어 한 명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외국어 전공이신 분인데 개발 회사로 취업을 하겠다고 취업 전부터 저에게 멘토링을 받기 시작하셔서 결국 개발 회사로 취업을 했고, 이직을 한 번 한 이후에도 저에게 계속 교육/컨설팅을 받고 계신 분입니다. 벌써 2년 가까이 매주 만나면서 인연을 맺고 있는 분이네요. 그렇게 2년 동안 매주 봐오면서 ;정말 열심히 하시는 분이구나...' 이런 생각을 매번 했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이 분과 함께 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기술/경력 뭐 하나 당장 저에게는 도움이 되실 분은 아니지만 분명 어느 시점에는 제가 함께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분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혼자 일하는 건 분명 한계가 있고, 그래서 전부터 저와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해보려고 했었지만 정말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던 사람들과도 문제가 생길 정도로 협업/동업/고용 관계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체념을 넘어 아예 사람들을 피하던 와중에 2년 동안 봐온 분이 있었고, 그분과 함께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겁니다.
혼자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시하고 보류하고 있던 여러 계획들과 생각들을 정리해서 바로 그 분에게 제안을 했고, 결과론적으로는 그분도 동의를 한 상황입니다. 결론은 단순 명료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서로 정말 많은 시간 동안 많은 대화를 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 이야기도 해보고 싶네요.
최근 들어 갑자기 늘어난 피곤함, 짜증, 스트레스, 귀차니즘은 제가 인지하면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어느 정도는 포기하고 쉬엄쉬엄 일하기를 거의 6개월...??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너무나도 명확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제 일상을 확 엎어 버리면 됩니다. 예를 들어 결혼을 한다거나 취업을 한다거나 새로운 일을 벌이면 됩니다. 하지만 결혼은 무리고, 취업은 거부고, 일을 벌이는 건 너무나도 좋지만 적당한 게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제 제안에 동의한 순간 짧게는 3개월, 계획대로 되면 6개월, 운이 좀 따른다면 내년까지도 벌일 수 있는 일들이 여러 개 생겨나게 됩니다. 이런 계기나 기회, 혹은 전환점, 발판 등이 필요했던 건데 겨우겨우 또 하나 찾아낸 겁니다.
퇴사하고 사업을 시작한지 4년이 좀 넘은 거 같은데 해마다 이런 게 하나씩은 나와서 어떻게 어떻게 그걸 꾸역꾸역 잡아서 지금까지 그래도 굶지는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2년에 찾았던 그 하나는 생각보다 일찍 약빨(?)이 떨어졌었나 봅니다. 그래도 다행히 2023년, 정확하게는 2022년에서 2023년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집에서 혼자 노트북을 보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가 여러 우연과 상상, 망상, 인연 등이 콜라보되어서 현실적으로 해볼 수 있을만한 걸 하나를 찾아낸 겁니다.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몇 개 더 괜찮은 계획들이 새로 생기기도 했고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걸 너무나도 싫어하는 데도 불구하고, 최근의 제 게으름과 나태함을 방치했던 건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막무가내로 아무거나 할 것도 아니고, 갑자기 없던 의욕이나 계획/일들이 생기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래서 효율적으로 일할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냥 멍 때리고 있더라도 앉아 있었고,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일단 나갔습니다. 그리고 억지로 일찍 일어나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비효율적이고, 착실하지도 않고, 알차지도 않았지만 그저 그런 시간들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2023년이 되자마자 새해 복이 하나 저에게 살짝 접근을 해왔고, 다행히도 바로 제가 잡았습니다.
'사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무사에 따라 개인 사업자의 세금이 바뀌는 세법이 맞는 건가? (0) | 2023.07.06 |
---|---|
취업도 사업적으로 이용하는 개인사업자 - 이번에는 헤드헌터다!! (0) | 2023.04.20 |
퇴사해서 사업을 하려는 이유는? (1) | 2022.12.16 |
축구 선수도 직장인 맞죠? (0) | 2022.12.01 |
1인사업 하다 보니 일상도 혼자 (0) | 2022.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