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이나 대기업을 다녀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런 기업에 대해서는 제가 뭐라고 언급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 경우에는 경력이 많지 않거나 비 전공자나 해당 분야에 경력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특정 업무를 단독으로 맡는 경우를 많이 봤고, 직접 경험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회사의 감언이설에 속거나 혹은 취업이 다급해서 합격한 회사에 덜컥 입사를 했다가 엄청 고생하다가 바로 이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이 한 번이라도 했던 분들은 다른 회사에 지원을 할 때 사수 여부를 꼭 체크하기도 합니다. 정말 말도 안 되지만 해보지도 않았던 일을 경력도 없는 사람이 담당자가 되어 혼자 하는 경우가 정말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걸 기회로 내 경력이나 직급 대비 큰일을 맡아서 더 빠르게 실력이나 연봉을 올릴 수도 있기는 하지만 최소 반 년 혹은 연 단위로 삽질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불확실한 미래의 가치만 보고 버티기에는 정말 고단한 여정입니다.
나이나 전공, 금전 등 어떠한 이유로 다급하게 취업을 했더라도 다행히 해당 업무가 나한테 잘 맡다면 하면 기꺼이 고생스러움을 감수하고, 그 시간을 버틸 수도 있겠지만 그럴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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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렇게 힘들까?
당연히 이유가 한두 개는 아닐 겁니다. 그냥 제 경험과, 제가 있던 분야 기준에서 몇 가지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경력자는 물론 신입 인력도 구하기가 정말 힘들고, 구한다고 해도 너무 쉽게 퇴사나 이직을 해버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어떤 업무에 대해서 팀을 꾸려서 연속성 있게 운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회사이다 보니 돈은 벌어야 됩니다. 어쩔 수 없이 경력자보다 상대적으로 구하기 쉽고, 인건비가 낮은 소수의 신입이나 저 경력자 한두 명으로 꾸역꾸역 일을 해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해당 인력은 조금만 관련된 업무가 생기면 당연히 본인이 맡게 되고, 좀 열심히 일하거나 오래 일하다 보면 관련 없는 업무까지 맡게 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이건 그 사람한테 단기간에 실력과 경험/경력을 쌓아서
더 좋은 조건의 이직/연봉을 잡을 수 있는 기회이면서 험난한 여정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일단 모른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하기 위해서는 배우고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그 기간 동안 많은 실수를 할 겁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잘 넘어가기 위해 그 사람에게는 사수나 경력자가 필요한 겁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없으니 모든 실수와 업무는 고스란히 내 것이 됩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입니다. 모르는데 해야 되고, 해결까지 하라고 합니다. 회사는 추가 인력을 구해준다고 하는데 그 사람이 언제 올지 기약은 없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끊임없이 문제는 발생하고, 시간이 지나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쌓이기만 합니다. 동시에 내 스트레스와 짜증도 함께 쌓입니다. 잠도 안 오고, 잠이 들어도 꿈에서 일이 보입니다. 잠에서 깨는 순간부터 머리가 아픕니다.
[사방이 적이다]
같은 회사 사람이라고 해도 부서가 다르고, 역할이 다르면 각자 자기 일하기 바쁩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누군가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인데 남을 생각할 여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나부터도 그렇게 할 거고요... 하물며 다른 회사 사람들과 빈번하게 마주치며 일해야 되는 경우에는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하겠습니까. 뭘 물어봐도 제대로 답변을 해주지도 않고, 잘못된 답변이 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신입인 나는 그 답변이 맞는지 틀린 지도 판단할 수 없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그 답변들이 다 맞는다고 생각하면서 엄한 곳에서 삽질을 하게 됩니다. 잘못된 답변을 한 사람이 잘못한 거지만 사람인 이상 실수할 수도 있고, 실수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당사자가 "미안하다.. 실수였다.."고 하면 뭐 어쩌겠습니까... 그저 나는 하던 삽질 멈추고 다시 원점에서 다시 일해야죠. 결국 내 스스로 맞고 틀림을 판단하고, 이해관계자와 협의하고, 설득해서 (내가 편할 수 있도록) 일이 잘 풀리게 만들어야 되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싸워야죠.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거나 짜증 나서 싸우는 건 당연히 아닙니다. 상황과 논리가 내가 맞는데도 상대방이 억지를 부리거나 잘못 알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당연히 언성이 높아질 수도 있는 겁니다. 상대방과 싸워서,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해서, 사무실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어서 잘못한 게 아닙니다. 일을 잘 하고, 내가 맡은 일이, 내 책임 하에 있는 일이, 잘 되게 하는 곳이 회사이고, 그렇게 되도록 했을 때가 일을 잘한 거지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면서 친목 도모하는 곳이 회사는 아닙니다.
[무조건 믿지 마라]
다른 사람들의 답변은 기본적으로 틀릴 수도 있다는 전제를 깔고 받아들여야지 무조건 믿으면 안 됩니다. 상대방의 답변이 뭔가 이상하면 질문을 해서 확실한 답변을 받아야 되고, 상대방이 자신 있게 또 납득할 만한 게 똑 부러지게 말을 한다고 해도 나는 겉으로는 '알겠다'라고 답변을 하더라도 속으로는 '틀릴 수도 있다'라고 생각을 해야 됩니다. 그래야 내가 칼퇴도 하고, 스트레스도 덜 받습니다. 게다가 그렇게 하는 직장인이 주변의 평가나 평판도 좋습니다.
문제는 내가 신입이라면, 혹은 경력이 있더라도 지금 하는 일에 대한 경력이 없거나 서툴다면 현실적으로 그럴 여유가 없고, 그런 판단을 할 수도 없습니다. 어쩌면 그래야 될 생각이나 필요성조차도 없을 겁니다. 나는 모르는데 상대방의 답변이 틀렸다고 어떻게 판단을 내릴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상대가 나보다 까마득한 상사라면? 감히 반박할 용기도, 지식도, 논리도, 여유도 없습니다.
업무 숙련도? 내가 어떻게든 꾸역꾸역 버틴다면 어느 정도는 시간이 해결해 줄 수도 있습니다. 나만의 논리와 롤이 명확해질 때까지 계속 훈련해야죠. 상대방한테 잘 질문해야 되고, 답변도 잘 이해해야 되고, 상황 파악도 잘 해야 됩니다. 문제가 있다면 그 이유에 대해서 잘 설명해서 상대방을 납득시킬 수도 있어야 됩니다. 회사에서 일이 많아서 바쁘고, 짜증과 스트레스가 누적이 되면 회사 내에서의 내 역할에 대한 애정은 사라지고, 의무감이나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게 됩니다. 미루고, 대충 넘어가고, 회피하고, 부정하면서 일을 하지 않고 싶어 합니다. 심지어 자신이 틀리다는 걸 알면서도 짬이나 말발로 자신이 원하는 결론을 만들어 내는 능력자(?)도 있습니다. 신입이 이런 사람들과 협업을 하면 정말 퇴사 욕구가 하루가 다르게 커질 겁니다.
신입이나 부하직원이 회사에서 일을 잘 일하기란 당연히 쉽지 않습니다. 특히나 맞고, 틀리고를 판단하는 거, 원인을 찾는 거, 그리고 일을 해결하는 건 그렇게 호락호락한 일이 아닙니다. 정말 절대적으로 옳은 것마저도 옳은 게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건 회사만 그런 게 아닙니다. 2명 이상의 사람이 있는 조직/그룹이라면 전 세계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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