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처음으로 자바라는 언어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대략 15년 전이네요. 제가 처음 사용했던 자바의 버전이 1.6이었는데 현재 자바는 21 버전까지 출시가 되어 있다고 하네요. 그 당시에 C와 Java의 인기나 취업률, 사용 업종의 비율을 제가 알 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그 이전부터 오래 사용되어 온 C보다는 Java의 영향력이 이미 더 커지고 있던 시기였다는 점입니다. 특히나 안드로이드폰이 전 세계적으로 보급이 되면서 안드로이드 앱 개발을 하기 위해서라도 자바는 반드시 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자바를 접한지 이미 15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기술/트렌드/개발방식/일하는방식 등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했습니다. 이제는 안드로이드 앱을 꼭 자바로 개발할 필요가 없어졌고, 심지어 개발 자체를 도와주거나 대신해 주는 기술이나 서비스도 이미 상용화가 된 상태이며, 자바 개발자도 너무 많은데 개발 자체를 하지 않아도 개발을 한 것과 크게 차이 없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데이터가 부각이 되면서 Java보다는 Python에 대한 관심도가 더 높아지고 있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이제는 자바가 대세는 아닌 시대입니다.
꽤 오래전에 자바에 관련해서 작성했던 콘텐츠가 생각나서 함께 올려 봅니다
https://contents.premium.naver.com/sosoceo/soso/contents/221231141246633wo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7548/clips/171
코로나로 인해 일상이 다시 코로나 시대 이전으로 돌아가면서
일상도 다시 그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온라인 -> 오프라인
비대면 -> 대면
재택 -> 출근
더 이상 식당이나 카페를 사용함에 있어서
시간이나 인원에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직원들에게 사무실 출근을 요구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직장인들의 재택근무 비율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IT 업계에 종사했던 사람들에게 코로나 시대는 그렇게 나쁜 기억만 있지는 않을 겁니다. 취입이나 이직이 다른 업종보다 훨씬 많이 수월했고, 연봉도 비상식적으로 높았으며, 개발이라는 일 자체가 재택근무에 너무나도 잘 맞아떨어지기까지 했으니까요.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가 엄청난 고생을 했지만 개발 업종에 있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오히려 장점이 더 많은 시기였습니다.
넘쳐나는 투자금
코로나 시대와 거의 일치하는 기간 동안에 코로나만 유행한 것이 아니라 기업이나 스타트업 회사에 대한 투자도 엄청 활발했었습니다. 그래서 젊은 백만장자들도 많이 나타났었고, 너도나도 창업에 뛰어들었으며, 심지어 대기업에 다니던 사람들도 스타트업 회사로의 이직을 고민하기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은 회사였지만 워라벨과 연봉이 꽤나 매력적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투자금의 속성은 어쩔 수 없이 이전에는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치명적인 차이를 가지고 있거나 많은 사용자를 단기간에 끌어모을 수 있는 것에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창업자가 손해가 발생해도 투자금으로 버티면서 사용자를 늘려 또다시 투자금을 받는 형태로 회사의 규모를 키우는 데 혈안이 됐었던 시기입니다. 그런데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빠른 원금 회수와 함께 초과수익을 원했었기 때문에 창업자 입장에서는 그들의 아이디어와 투자자들의 요구를 빠르게 반영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이전에 많이 사용하던 C나 Java는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처음부터 새로운 기술을 배운 신입들이나 경력자들 중에서 꾸준히 신기술을 공부한 개발자들은 채용공고 많고, 연봉도 나쁘지 않은데 워라벨도 꽤나 좋은, 그 기회들을 잡기 위해 새로운 기술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었으며, 이를 접한 다른 사람들도 너도나도 그 기술들을 배우기 위해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를 보면 자바 개발자들은 시대/트렌드에 한참이나 뒤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웹/앱
온라인 / 모바일이 대세인 시대입니다. 코로나 시대의 비대면/재택근무 등으로 인해 웹/앱 생태계는 개발자라면 선택이 아닌 필수나 다름없는 영역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관점에서 자바는 좀 많이 올드해 보였습니다. 자바는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새로운 버전이 나오고 있지만 새로 나온 기술들의 매력이나 접근성, 그리고 개발자로서 경력이나 스펙, 연봉 등을 고려했을 때 Java만을 고집해서는 좋을 게 없을 거 같았습니다. 자바보다 더 빠르고, 예쁘게 웹이나 앱 개발을 할 수 있고, 좋은 워라벨과 연봉을 주겠다는 회사가 많은데 직장인 개발자로서 그리고 코딩을 좋아해서 개발자가 된 사람으로서 그 새로운 것들과 트렌드, 기회를 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내가 속한 업종과 회사도 제가 그렇게 되기를 요구하기도 했고요. 자바로도 웹이나 앱 개발을 할 수는 있지만 필수는 아니었고, 제한이 많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웹/앱 프레임워크/기술들은 퍼포먼스도 좋았고, 결과도 꽤 괜찮습니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자바는 또 한 번 관심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대면 / 데이터
시장과 투자자가 원하는 결과 자체도 자바로는 적합하지 않은 것들이 많았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시장과 투자자가 원하는 결과에 자바보다 더 최적화된 언어/기술/프레임워크가 있다는 게 맞을 겁니다. 데이터나 AI와 관련된 프로젝트는 Python을 사용하는 게 보통이고, 비대면과 관련된 프로젝트 또한 웹이나 앱이 필수이기 때문에 자바가 1순위가 아닐 확률이 높았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한국만 그러했던 게 아니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습니다. 그냥 전 세계적인 분위기/트렌드 자체가 그러했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1780825?e=24794292
그런데 최근 들어 제 주변에서 자바에 대한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한 겁니다. 자바 프로젝트 참여 의사를 물어보는 곳도 있었고, 이전에 다니던 회사의 주요 고객사인 금융권에서 사용하고 있는 솔루션을 드디어 C에서 Java로 바꾼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규모가 큰 회사일수록 기존의 것을 새로운 걸로 바꾸는 일에 소극적이고, 느릴 수밖에 없는데 금융권에서 솔루션을 바꾸는 게 아닌 솔루션의 개발 언어 자체를 바꾸다니!!!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약간 놀라기는 했지만 결국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대형 회사/프로젝트
금융권은 새로운 것을 도입하거나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 문제없이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입니다. 문제라도 한 번 생기면 금전적으로,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엄청난 피해가 생기는데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고, 트렌드를 따르는 게 중요한 게 아닌 겁니다. 그래서 여러 IT 회사가 새로운 기술로 전환할 때도 금융권에서는 그런 새로운 솔루션을 도입하기보다는 이전부터 계속 사용해온 오래되었지만 검증된 솔루션들을 사용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금융권 회사들마저도 Java 솔루션을 사용하기 시작한 겁니다. 제가 처음 SI 개발 회사에 취업해서 퇴사를 하고, 사업을 해온 지금까지도 C 솔루션을 사용하던 금융기관들입니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에 자바는 대세로써 전 세계적으로 사용이 되어 왔기 때문에 자바라는 언어가 현재는 대세가 아니라고 해도 여전히 제일 많이 사용되고 있고, 수많은 자바 개발자들이 있고, 참고/예시/사례도 차고 넘칩니다. 그런 것들을 보고 금융권마저도 조금씩 꺾이고 있는 자바를 이제 와서 도입하고 있는 겁니다. 뒤늦게 도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돈 많고, 프로젝트 규모가 큰 금융기관이라는 것이 중요한 겁니다. 자바가 대세이건 아니건 금융권 프로젝트와 금융권 고객을 마다할 회사는 없을 겁니다.
콧대 높은 신입 개발자
최근 3년 이내에 개발 회사로 처음 취직을 한 개발자들은 정말 복받은 구직자들이었을 겁니다. 취업한 회사에 규모를 떠나서 자신의 역량 대비 더 좋은 조건으로 취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고, 그 짧은 기간에 이직을 통해서 연봉도 많이 올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 개발 업종보다 상대적으로 개발 분야에 취업 시장이 좋았던 게 아니고, 개발 업종에 종사했던 사람으로서 이건 진짜 비정상적이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절대적으로 취업 시장이 유리했습니다. 비전공자도 개발자가 될 수 있었고, 신입 개발자인데도 높은 연봉과 워라벨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까지 가능했습니다. 그런 시절에 취업을 해서 신입 개발자가 되었고, 지금까지 일을 했다면 대략 2~3년 정도의 경력까지 있는 개발자가 되었습니다. 그 경력을 이용해서 지금도 이직의 기회는 많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시간만을 보낸 경력 3년 이내의 개발자이다 보니 현재도 그들의 취업 기준은 코로나 때의 기준에 맞춰져 있는 거 같습니다. 즉, 여전히 좀 콧대가 높은 상황입니다. 조금만 힘들어도 퇴사하고, 예전처럼 주 5일 출근을 하거나 야근을 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개발을 해야 하는데 경력 개발자는 구해지지 않고, 초급 개발자들은 이렇게 콧대들이 높습니다. 또한 경력직에 비해 구하기는 쉽지만 관리가 쉽지 않고, 장기적인 계획을 짜기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시대가 끝났음에도 여전히 출근을 선호하지 않으니 야근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회사가 계속 그런 개발자들을 뽑으려고 할까요? 절대 아닙니다. 회사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었다면 애초에 그런 신입 개발자들도 뽑을 수 있는 조직조차도 될 수 없었을 겁니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돈을 버는 곳이 회사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횡포에 가까운 코로나 시대의 개발자들 대신 그 이전의 개발자들을 찾기 시작합니다. 바로 자바 개발자들입니다. 비록 자바가 최신의 기술은 아니지만 자바로도 웹이나 앱 개발이 가능합니다. 자바의 가장 큰 장점이 범용성입니다. 프론트/백/웹/앱/윈도우/안드로이드/맥 등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환경에서의 개발이 가능한데 코로나 시대의 신입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기술을 모른다고 그들이 하는 일 자체를 자바 개발자들이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게다가 자바 개발자들은 정말 차고 넘쳐서 구하기도 수월하고, 코로나 시대의 개발자들보다 출근이나 야근에 대해서도 코로나 시대 개발자들보다 훨씬 관대합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나이대가 높기 때문에 재직 기간도 훨씬 더 길 겁니다. 경력직이기 때문에 인건비가 훨씬 더 많이 발생하겠지만 유연성 있게 장기적으로 일을 맡길 수 있는 장점이 훨씬 더 매력적인 겁니다. 정확하게는 인건비 높은 걸 무시하게 만들 정도로 코로나 시대의 개발자들의 콧대가 높은 겁니다.
저는 마냥 좋습니다
개발 회사를 다니는 내내 저는 자바만 사용했습니다. 자바 하나도 제대로 못했고, 그것만 해도 할 게 많았습니다. 그래도 꾸역꾸역하다 보니 그래도 자자 개발자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는 되었고, 퇴사하고 사업을 하면서 자바는 제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퇴사 후에 코로나 시대가 왔고, 위에서 말한 것처럼 개발자들에게는 정말 많은 기회가 주어졌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퇴사한 저에게도 해당이 되었습니다. 퇴사를 했지만 자바 경력과 기술이 있다는 이유로 크지 않은 스타트업 회사 두 곳에서 PM과 CTO로 2년 정도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문제는 적은 인원으로 빠른 결과를 만들어서 지속적인 투자를 받아야 하는 스타트업 회사이다 보니 제가 사용해 보지 않았던 새로운 환경과 언어를 알아야 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신입 때 그랬던 것처럼 이때도 꾸역꾸역 어떻게든 프로젝트를 맡아서 하게 되었고, 결론적으로 저는 금전적인 수익과 함께 자바가 아닌 새로운 언어까지 습득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저는 자바와 함께 코로나 시대의 개발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기술과 환경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겁니다. 그리고 현재는 절대 자바는 절대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새로운 기술의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자바의 수요도 있다는데 제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기술의 변화 속도는 너무나도 빠릅니다. 새롭게 배운 기술들도 이제는 과거의 것이 되었고, 이제는 웹이나 앱이 아닌 데이터/AI 분야로 판 자체가 바뀌어 버렸습니다. 물론 자바가 최근에 다시 부각되고 있는 것처럼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도 나중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고, 최신의 것이 아니라고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도 예전에 것을 사용하는 곳이 있고, 사용해야만 하는 곳도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계속 직접 개발을 할 생각이 없습니다. 제 사업을 함에 있어서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정도의 개발 실력이면 충분하고, 저는 개발이 아닌 다른 영역의 언어가 더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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