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
학사 졸업을 위해 대학교를 거의 10년을 다녀야 했습니다. 이유는 사업한다고 휴학하고 복학하는 걸 1년씩 두 번이나 반복했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꺼려하는 선택을 해서 화끈하게 노력하면 뭐든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돌아갈 곳이 있으면 해이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휴학이 아닌 자퇴를 하려고 했었는데 생각만 한 게 다행일 뿐입니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열심히 공부하면 그만큼의 결과가 나왔었고, 그 덕분에 공부를 하면서 힘들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대학생 때부터는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막무가내로 열심히만 한다고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 현타가 제대로 왔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20대의 대학생이 패기만 가지고 휴학을 해서 시작한 사업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뭐 하나 생각처럼 되는 게 없던 시기였네요. 그 나이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야만 했던 공부/졸업/취업에서도 결과가 좋지 못했는데 그것보다 더 어려운 사업을 한다고 덤벼들었으니 그 결과는 뻔할 수밖에 없었겠죠. 아마 그 당시 그 결과에 대해서는 저를 제외한 제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을 겁니다. 조급했고, 철이 없었고, 그리고 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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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솔직히 돈으로 못할 건 없다고 하는데 돈만 충분하면 뭐든 못하겠습니까...? 그런 사람들 분명 존재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겁니다. 제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고, 사업하는 지인들도 대부분 돈 때문에 힘들어 하고, 고생하면서 사업을 계속 영위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상한 짓만 하지 않으면 회사에 어느 정도 다니면 돈이 모이는 게 정상입니다. 그렇게 계속 시간이 흐르고, 돈도 모이고, 회사에서 나름 인정도 받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나 자신에 대해서 과대평가를 하게 되는 거 같습니다. 그러면서 다양한 형태로 그 자신감을 외부로 표출합니다. 연봉을 올려 달라는 사람도 있고, 회사를 설렁설렁 다니기도 합니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저처럼 퇴사를 해서 사업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저처럼 개고생을 하고, 모아 놓았던 돈들을 생각보다 훨씬 빨리 날리게 됩니다.
회사에서 매달 꼬박꼬박 입금되던 시기의 경제 관념이나 소비 패턴이 바뀌기도 전에 사업을 합니다.
투자하면 그만큼의 결과가 계획대로 나오는 줄 압니다.
자신의 생각대로 모든 게 현실이 될 거 같아 보입니다.
모든 계획과 일정이 그 계획과 일정대로 나올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많아 보이던 돈이 어느 새 바닥을 칩니다.
뭐 하나 생각대로 되는 게 없고, 당연히 나가는 돈만큼 들어오는 돈은 없습니다. 유지가 안 됩니다. 다시 회사로 갈 수 밖에는 없습니다.
사업을 함에 있어서 가장 큰 변수라고 생각하는 노력과 돈은 어쩌면 기본적이고, 당연한 겁니다. 이것마저도 없으면 시작도 할 수 없고, 시작하더라도 짧은 기간 동안 사업을 유지할 수도 없었을 겁니다. 이 기본적인 것들 외에도 정말 많은 변수들이 존재하고 너무 짜증 나게도 그 변수 중에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도 많아 보입니다.
[운]
태어났는데 다이어몬드 수저? 태어났는데 남들보다 월등한 능력/재능이 있네? 내 주변에 넘쳐나는 인맥? 로또가 됐네? 아무 생각 없이 시작했는데 그냥 대박이 나네?
장난 아닙니다. 내가 만약 위의 상황에 해당이 되면 내 사업은 잘 되는 거고, 나는 훌륭한 사업가가 되어서 돈도 많이 벌고, 명성도 얻게 됩니다. 그러고 싶어서 사업하는 거 아닌가요? 위와 같은 상황이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뭘 하든 유리하고, 그 결과도 훨씬 좋을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위의 내용들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그렇다 보니 흙수저의 성공 스토리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으니까...
[시기]
대학교 졸업만 하면 어디든 어렵지 않게 취업할 수 있는 시기도 있었다고 합니다. 아무 생각없이 선택한 전공 분야가 졸업할 때가 되니 갑자기 붐이 일어나서 높은 연봉을 받게 되었습니다. 똑같이 공부해도 더 좋은 기업에 어렵지 않게 취업할 수 있는 시기가 있고, 더 열심히 준비를 해도 취업조차 어려운 시기도 있습니다. 같은 짓을 해도, 심지어 더 열심히 해도 그 결과가 시기에 따라서 다른 겁니다. 다국어에 능통한 사람은 지금의 시대와 조선 시대에서의 대우가 다릅니다. 제가 개발자로 취업을 해서 퇴사를 할 때까지 단 한 번도 월 실수령이 300만 원을 넘었던 적이 없는데 지금은 저보다 연차가 적은 친구들이 한 달에 400만 원 이상을 수령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동일한 과정이나 결과가 시기에 따라서 다르게 평가되고, 다르게 대우해 주는 겁니다. 이것도 개인이 어떻게 선택할 수는 없겠죠?
비관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그냥 제 경험이면서 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제 기준에서는 이게 현실이고요. 하지만 제 이런 생각마저도 우습게 만들어 버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뭐 그건 재능이나 제가 상상할 수도 없는 노력에 의한 것일 수도 있겠죠. 물론 그중에는 운/시기/재능/인맥과 같은 천운을 받고 태어난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어찌 되었든 그게 현실인 걸 어쩌겠습니까. 한탄하고 체념하고 투덜 되면서 술이나 마시다 잠들어야 되나요...? 아무 의미 없는 짓을 하는 것보다는 발악이라도 해봐야 바뀔 가능성이라도 생기겠지... 저는 그런 생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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