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 직전에 개발 관련 영상을 하나 봤습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기술에 대한 호기심이 없으면 좋은 개발자가 될 수 없다... 뭐 이 정도? 듣고 정말 많이 뜨끔했습니다. 개발 회사에서 퇴사를 하고, 개발 관련 일로 사업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개발 경험과 기술을 잘 이용하고 있는 입장에서, 그리고 개발자로 일을 했던 사람으로서 개발적으로 좀 더 좋은 기술, 빠른 기술, 효율적인 기술, 결과물이 더 세련되게 할 수 있는 기술들을 활용해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쁘고, 귀찮아서 할 줄 아는 기술들만 활용을 하고 있습니다. 개발자로서는 잘못된 건 알지만 이제는 개발이 본업이 아니고, 현재 알고, 할 수 있는 기술들만으로도 내가 하려고 하는 것만 할 수 있으면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업자로서는 맞는 결정입니다. 만약 내가 할 수 없는 기술적인 문제에 처하거나 필요한 상황이 되면 그때 접근을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되는 거고요. 개발자로서의 경력이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나중에라도 하려고만 하면 못 할 이유가 없고요... 일의 우선순위 상 지금은 개발 공부를 하면서 역량을 올릴 때는 아닙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7548/clips/102
그런데 한 가지 변수가 생겼습니다. 개발 회사에서 퇴사는 했지만 내 사업으로서 하는 일 중에 개발 스타트업 회사의 외주를 맡거나 단기간 일을 도와주는 경우가 생긴 겁니다. 그리고 단 한 곳의 예외도 없이 제가 사용해보지 않았던 기술들을 사용해야만 했습니다. 그럼 선택을 해야지요. 내가 모르는 기술이니 일을 맡지 않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맡아서 수익을 만들어 내거나. 월급 받는 개발자였다면 익숙하지 않은 일이니 당연히 맡지 않았겠지만 이제는 사업자이기 때문에 수익을 만들어 내는 쪽을 택하는 게 맞습니다. 내 일 하면서 돈 번다고 퇴사해놓고서 해보지 않았던 일이라고, 그것도 개발 일을 하지 않는다는 건 모순되는 거니까요. 그렇게 메인으로 하고 있는 일에 영향이 없는 선에서 다른 회사의 일들도 맡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분명 남의 일을 하는 건데 오히려 제가 더 많은 혜택(?)을 보고 있네요...!! 일을 맡음으로써 받게 되는 보수는 당연한 거고, 새로운 기술도 어쩔 수 없이 알게 되는 순기능이 있더라고요 ㅋㅋ 어쨌든 돈을 받으니 내가 모르는 기술이라고 "몰라요.." 할 수는 없으니 공부하게 되고, 삽질하게 되고, 정말 싫지만 하루종일 남의 일 붙잡고 전전긍긍하다 보니 그 일을 마친 시점에서는 돈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도 저에게 남더라고요. 그 기술들 중에는 전부터 필요했는데 건드려 보는 걸 전부터 미뤄온 것도 있고, 남들이 좋다고는 하지만 내가 관심 없던 것도 있고, 아예 존재 자체도 몰랐던 기술들이었는데 일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제가 더 열심히 사용하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목적이 불순하네, 자본주의의 돼지네, 그렇게 돈이 좋냐 하면서 저를 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욕을 좀 먹으면 어떱니까? 나는 돈을 받으면서 새로운 기술을 배워서 내 사업에 활용하거나 또 다른 일을 맡아서 또 다른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나를 욕하는 사람들이 나를 대신해 살아주고, 돈 벌어주는 것도 아닌데 그런 사람들의 비난이 무서워서 뭘 못하면 퇴사하면 안됐죠. 3~4개월 동안 주 2회 일을 맡았던 스타트업 회사를 다니면서 AWS 클라우드 서비스 여러 개를 반 강제로 익히게 되었습니다. 완벽하게 이해한 건 아니지만 결론적으로는 몰랐던 걸 알게 되었고, 해보지 않았던 걸 할 수 있었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기어이 나 혼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돈을 받으며 회사에서 새롭게 익힌 기술들과 환경은 많은 회사들이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입니다. 많은 회사들이 도입하려 하고,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건 다 이유가 있을 겁니다. 즉, 저도 나중에 제 일에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거고, 내 일에 활용하지 못한다고 해도 해당 경험과 기술을 통해 외주나 컨설팅을 통해 부가 수익을 늘릴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퇴사를 하고 개발 일을 메인으로 하고 있지 않다 보니 기술적으로 오래 정체되어 있었습니다. 최근 2년 동안의 스타트업 근무를 통해 오래간만에 경험치 좀 쌓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의도하지도 않았고, 기대하지도 않았던 부작용(?)이 하나 발생했는데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생겼다는 점입니다. 개발자로서의 역량이 올라가는 데 당연히 필요한 게 클라우드이지만 지금 제가 개발자로 다시 취업하겠다고 클라우드에 관심을 갖는 건 아닙니다. 클라우드만 잘해도 사업적으로 정말 많은 도움이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에 관심이 생긴 겁니다.
[관련 글 : 퇴사 4년 만에 다시 출퇴근하게 된 이유는?]
처음 스타트업 회사 일을 맡은 건 출근지가 제 사무실 근처이고 일주일에 12시간만 일을 하면 됐었기 때문이었는데 고정 수익이 생기는 거 외에도 인간 관계, 기술 습득, 일상에서의 일탈 등 기대하지도 않았던 장점들을 겪게 되면서 이제는 지금의 형태로 지속적으로 외부 회사에 엮이고 싶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내 사업에 금전적,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게 전부입니다. 개발자였기 때문에 개발자로서 관심이 가는 건 아닙니다. 어차피 외주를 하는 것도 사업에 지장이 없고, 오히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하는 겁니다. 이제 와서 갑자기 예전 개발자 시절의 열정이 샘솟는 건 아닙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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