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며, 일주일에 이틀 스타트업에 출근도 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개발자 관리를 해보니 새로운 관점/생각/기준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게 좀 재미있는 게 사업을 하기 전에는 개발자를 일을 했었고, 지금은 그런 개발자들을 관리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예전과 지금을 비교해보는 게 나름 매력적이고, 글이나 오디오 콘텐츠로 사용할 수 있는 소재 거리도 많이 생깁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7548/clips/110
[신입 개발자의 입장]
회사에서 일정이 계속 바뀌고, 주먹구구 식으로 혹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일하는 게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일정이 급하면 개발자를 더 뽑아서 하든가, 아니면 일정을 좀 더 여유 있게 잡아야 되는데 늘 말도 안 되는 일정을 제한된 인력으로 하려는 회사의 방침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도 하고, 실패도 해야 되는데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방식으로만 일을 진행하고, 나중에 사용하지 않거나 모두 바꿔야 되는 걸 알면서도 작업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쉽게 납득할 수가 없었습니다. 뭔가 그럴듯한 방식으로,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일을 하고 싶었는데 퇴사할 때까지 단 한 번도 그렇게 일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당장 눈앞의 일정과 해야 하는 일만 보면서 일을 했었습니다.
회사는 왜 이렇게 일을 하게 하는 걸까?
왜 이렇게 투자에 인색할까?
왜 장기적인 관점으로 일을 하지 않을까?
회사 동료들, 선배들과 술을 마시면 항상 이런 주제의 이야기를 했고, 늘 회사는 잘못했고, 근시안적이고, 직원의 의사를 무시하는 역할만 담당했습니다.
[개발자를 관리하는 입장]
개발 환경이나 사용하는 언어, 코드 한 줄 한 줄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일정이 있고, 해내야만 하는 일이 있습니다. 코드가 난리가 나든, 개발 엎어 버리든, 일을 비효율적으로 하든 말든 일정 내에 결과가 나오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일단 일정을 지키고 그 이후에 재작업을 하거나 처음부터 다시 작업을 하는 식으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이게 무슨 삽질인가라고 불만이 많겠지만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지정된 일정이나 비용이라는 것을 고려해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관리자가 예전에 개발자였다고 해도 비슷한 결정을 내릴 수 밖에는 없을 겁니다. 만약 관리자가 개발자의 관점에서 일을 한다면 어쩌면 그 관리자는 회사에서 일을 잘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진짜 삽질이라고 해도 일단 해놓고 나중에 또 삽질을 할 수밖에 없는 거고, 이게 관리자의 관점에서는 맞는 선택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선택을 한 나한테 개발자들이 불만이 있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관리를 하고 이런 선택을 한 나도 개발자로 일을 할 때는 그 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했었기 때문입니다.
[퇴사하고 사업을 하는 입장]
개발자이든 아니든 회사에 불만이 있으면 퇴사해서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받고 일하는 입장에서 회사의 일하는 방식에 논할 수는 있지만 관여 하려는 건 월권입니다. 자신의 돈과 시간, 인생을 걸고 사업을 하는 사업자가 있는 거고, 남의 돈 받으면서 일을 하는 직원이 있다고 하면 직원은 사업자가 나아가려는 방식을 도와주고, 따르는 게 맞지 부정하고 거부하고 일을 하지 않는 건 완전 코미디입니다. 그럴 거면 대표를 하지 왜 돈은 돈대로 받고, 결과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나요? 직원으로서 일을 하다가 그 회사가 나와 뜻이 맞지 않으면 나가면 되는 겁니다. 건설적인 방식의 부정이나 제안은 대표 입장에서도 너무 필요하지만 단순한 불평/불만은 회사 전체의 분위기만 흐리게 할 뿐입니다. 그럴 거면 퇴사를 하지 왜 퇴사는 하지 않으면서 물만 흐리면서 일은 대충 하는 건지... 사업자/대표가 생각하는 방식이나 결과가 있고, 그걸 해내기 위해서 돈을 주면서 고용을 한 건데 고용당한 사람이 대표와 생각이 맞지 않다고 돈만 받고 일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직원이 원하는 방식으로 일을 했다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그 책임도 대표가 감수하는데...
선을 넘는 직장인들을 많이 봤었고, 지금도 종종 접하게 됩니다. 회사에서 주는 월급 때문에, 혹은 아직 이직할 회사를 구하지 못해서 퇴사는 못하면서 회사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정말 너무너무너무 제발 그런 사람들은 입으로 투정만 부리지 말고, 본인이 원하는 곳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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