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 중소 개발 회사에서 퇴사하기 직전에는 지금처럼 개발자 수요가 많고, 몸 값도 높던 시기가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 이전 시대였습니다. 같은 회사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하거나 술 한잔이라도 하면 종종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해외 취업이었습니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개발자 대우가 더 좋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차이점은 지금은 국내에서도 개발자 대우가 그때보다는 훨씬 좋아졌다는 점입니다. 어쨌든 그때 오가던 대화들은 분명한 현실이었지만 그 현실을 활용할 수 없는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그냥 말만 하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걸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이제는 끝물도 지난 시점이지만 현재 개발자의 대우는 제가 회사 다닐 때보다 훨씬 좋아졌습니다. (끝물이 지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런 단편적인 예로 제 지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얼마 전에 제가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에서 인터뷰도 해준 친구인데 국적은 중국, 첫 직장은 호주, 대학교 졸업과 취업은 한국에서 하고 있는 친구입니다.
국내의 개발자 대우가 아무리 좋아졌다지만 많은 국내의 개발자들이 그렇게나 원하던 해외 취업을 마다하고 한국의 스타트업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http://www.podbbang.com/ch/1780825?e=24504584
코로나
일단 이 친구도 원래의 계획은 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하면 호주의 회사로 취업을 하려고 했었습니다. 실제로 부르는 회사도 있었고, 그 친구의 말에 의하면 한국에서보다 최소 두 배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한국의 스타트업 초봉 기준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 초봉을 받으며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분명 금전적으로는 손해가 컸습니다. 이럴 수밖에 없었던 건 바로 코로나 때문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로의 이동이 쉽지 않았고, 격리 기간과 그 기간 동안의 비용 등을 생각했을 때 한국에서 취업을 하는 게 더 좋겠다는 판단을 했던 거죠. 하지만 그 당시에는 코로나가 이렇게나 길게 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었고, 결국 2년 가까이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에서 개발자로 일을 하고 있게 되었습니다. 결국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코로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된 이슈로 인해서 해외 취업이 아닌 한국에서의 회사 생활이 시작된 겁니다.
그런데 조건이 나쁘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정말 해외 취업이 간절했다면 거의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한국에서 계속 일을 하고 있는 건 이해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이제는 코로나 때문에 해외 취업이 어렵다는 건 약간은 핑계 같이 들립니다. 이 친구는 왜 지금까지 국내에서 개발자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건 굳이 해외가 아니어도 국내에서도 나쁘지 않은 워라벨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출근은 주 1일이나 주 5일 재택근무인 개발 회사에 계속 취업이 되었고, 연차가 높지 않은데 연봉은 낮지 않으니 월등하게 좋은 조건이 아니면 굳이 외국에 나갈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겁니다. 외국인이기는 하지만 이미 한국에서의 생활이 너무 편하고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이제는 거꾸로 외국에 가면 오히려 번거롭고,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하게 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겁니다. 그리고 외국인이라서 그런 거 같지만 워라벨을 굉장히 중요시했었기 때문에 재택근무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회사에, 나쁘지 않은 연봉을 받는 상황이 너무 마음에 들었던 거 같습니다.
영어
게다가 한국어는 거의 원어민 수준이고, 영어와 중국어까지 가능하다 보니 외국보다는 국내에 있을 때 언어적으로 좀 더 메
리트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개발 경력이나 실력은 초급이지만 개발 회사 중에 혹시라도 외국어 능력자를 우대하는 경우에는 그 부족한 개발 실력을 외국어 능력으로 커버하고도 남았고, 그 남는 부분에 대해서는 연봉으로 채울 수가 있었습니다. 솔직히 실력있는 개발자는 많지만 외국어까지 되는 개발자는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는 없는 거니까요. 영어 면접이나 회사 내에서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곳에는 두려움 없이 지원할 수 있었고, 그런 회사들이 대부분이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회사이다 보니 계속 한국에서 일을 하게 되는 이유가 되었던 거 같습니다. 물론 그런 회사들은 국내 스타트업 회사에 비해 워라벨이 상대적으로 나쁘기는 하지만 조건만 (압도적으로) 좋다면 이 친구는 워라벨을 포기할 의향도 있다고는 했었습니다.
외주/부업/알바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워라벨을 포기하면서까지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이직을 할 거 같지는 않습니다. 이유는 외주나 부업으로도 추가적인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고, 실제로 이 친구도 그런 부분에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실제로 본업 이외의 추가 일을 맡아서 하고 있기도 합니다. 본업은 재택근무로 하니 부업도 병행하기가 훨씬 수월한 겁니다. 개발이라는 직종이 이런 게 매력적이죠. 공간/위치적인 제약이 다른 직종에 비해 매우 작다는 거...!! 재택근무가 활성화된 게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개발 분야에 경우 그 일의 특성상 다른 직종에 비해 훨씬 더 재택근무에 유리하고, 이건 당연히 외주/알바/부업과 같은 사이드잡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을 주고 일을 맡기는 회사나 개인의 경우에는 개발 담당자와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걸 더 선호하겠지만 개발자를 구하는 거 자체가 어렵고, 이를 잘 아는 개발자들이 절대 출퇴근은 할 수 없다는 배짱을 부리고 있으니 당분간은 개발자들에게는 좋은 시절이 지속될 거 같습니다.
(해외) 원격 근무
위에서 언급했던 내용 중의 개발 분야의 일은 다른 직종에 비해 공간/위치적인 제약이 적다는 말은 국내 안에서만 적용되는 말이 아닙니다. 나라가 달라도 해당되는 말이고, 외국어만 된다면 국내에서도 해외 회사에 취업을 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친구도 해외에 나가지 않고, 한국에서 해외 개발 회사에 취업하는 쪽으로 열심히 알아보고 있습니다. 영어가 되니 전혀 문제될 게 없죠. 게다가 원격 근무를 쉽고, 원활하게 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들이 많기 때문에 비현실적인 상상도 아닙니다. 지금의 시대가 그런 세상입니다. 해외 헤드헌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해외 업체와 연락을 하며, 종종 해외 업체와 인터뷰도 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만약 그 친구의 계획대로 국내에서 해외 업체에 취업이 되면 당연히 주 5일 재택 근무일 거고, 연봉은 더 높을 겁니다. 그리고 개발자라는 구직자를 떠나서 한국을 해외와 비교해봐도 많은 장점들이 있습니다. 치안 좋고, 놀거리 많고, IT 인프라 좋고, 그리고 이 친구에 경우 가족들과 지인들도 대부분 한국에 있고...
그 친구는 코로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한국에서 지금까지 개발자로 일을 하고는 있지만 다행히도 그 결과가 해피엔딩 쪽으로 더 기울어진 상태이고, 본인도 만족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운도 따랐지만 그 친구가 속한 업종이 개발 분야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면도 많습니다. 어쨌든 찾아온 운을 잡은 건 본인이었고, 그것도 실력입니다. 이 친구는 아마 계속 한국에 있겠죠?
'I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국계 회사에 취업했는데 사수가 없는 신입 개발자... 운이 없는 걸까? (0) | 2022.12.25 |
---|---|
예제를 실행하는 취준생과 서비스를 상용화/출시하는 개발자 (0) | 2022.12.08 |
카카오 플러스 친구 챗봇을 이용한 개인 사이트 고객 응대 (0) | 2022.09.18 |
개발자에게 유리한 취업 시장이 계속 지속될 리는 없겠죠? (0) | 2022.08.12 |
신기술에 대한 개발자와 개발 회사의 접근 방법 (0) | 2022.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