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돈을 주고, 직원을 그 돈을 받습니다.
회사는 망하지만 직원은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합니다.
회사는 직원의 잘못까지 책임을 져야 합니다.
회사는 직원까지 고려를 해야 되지만 직원은 자신만 고려하면 됩니다.
직원과 회사는 서로의 상황과 기준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같은 공간/조직에서 오래 함께 하는 게 불가능해 보입니다. 늘 서로가 서로한테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두 관계가 지속되는 이유는 사업과 돈 때문이겠죠. 돈만 아니면 아마도 세상에서 고용의 관계는 사라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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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많은 것들에서 회사와 개인은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갈립니다. 말하려고 하면 끝도 없을 테니 개발 분야의 신기술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월급을 받으며, 개발 회사에 다닐 때는 개발자의 입장에서, 지금은 퇴사하고 사업하는 사업자의 입장에서 신기술에 대해서 많은 상황과 생각, 결정, 결과 등을 접해 왔습니다. 웃긴 건 저라는 같은 사람이 신기술에 대해서 개발자였을 때와 사업자인 지금의 생각이 완전히 다르다는 겁니다.
개발자
개인으로서 나의 능력을 끌어 올리는 건 내 가치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특히나 내 수익의 대부분이 월급이라면 그 월급을 줄 회사에서 나를 고용하게 만들고, 더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해서는 내가 그만큼의 가치가 있어야만 합니다. 개발자에게는 기술과 기술 경력이 그 가치의 절대 기준이 됩니다. 기술과 기술 경력만 있어도 취업에 유리하고, 그 정도가 월등히 높다면 누구나가 부러워할 정도의 연봉도 꿈은 아닙니다. 그런 이유로 개발자들은 기술에 집착하는 겁니다. 많은 기술을 알고, 또 실제로 해봐야 더 뛰어난 개발자, 더 높은 연봉자가 될 수 있으니까. 이런 이유로 마음이 다급한 초급 개발자나 이직을 통해서 연봉을 많이 올릴 수 있는 정도의 중급 개발자들은 신기술에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고, 틈틈이 공부하는 겁니다.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신기술로 회사에서 실제 프로젝트를 해보는 겁니다. 혼자 공부하고, 예제를 실행해 보는 것보다 실제 현장/업계/회사에서 사용 서비스를 직접 구축해 보는 게 내 실력과 경력을 올릴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돈을 받고 일은 하지만 이왕이면 이직에 도움이 되는 걸로, 이왕이면 내가 하고 싶은 걸로, 이왕이면 내 경력에 도움이 되는 걸로, 이왕이면 지금의 트렌드에 부합하는 걸로, 이왕이면 미래의 트렌드가 될 수 있는 걸로 개발을 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관통하는 것 중의 하나가 신기술입니다. 끊임없으면서도 빠르게 나오는 이 신기술들을 일을 하면서 접하고, 배우면 개발자 입장에서는 돈과 시간, 경력을 모두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것들로 개발된 회사의 솔루션/서비스들을 계속 사용하면서 수정/보완하는 것보다 신기술로 대체를 해버리거나 새로 만들어 버리는 것을 더 선호합니다.
이런 입장/생각의 개발자 입장에서는 빠르게 신기술을 도입하지 않고, 기존 것만 고수 하려는 혹은 천천히 신기술을 도입하려는 회사의 입장이 답답하고, 화가 날 겁니다. 세상에 기술은 너무나도 빠르게 변하고, 매일매일 새로운 게 나오는 데 나는 이 회사에서 몇 년 전의 기술들로 하던 것만 하니까... 제가 이렇게만 이야기를 한다면 회사가 무조건 잘못한 것처럼 들리겠죠?
사업자(개발회사)
신기술이 과연 개발자에게만 중요할까요? 개발자가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로 신기술에 집착한다면 회사는 회사의 존속을 위해서라도 신기술을 도입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정 시간만 흐르면 수익이 보장되는 직원과는 달리 회사는 시간이 흐르는 것만으로도 비용이기 때문에 미래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흘러가고 있는 시간도 중요하고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지금의 시간에 더 집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래도 대비해야 되지만 지금 버티지 못하면 대비할 미래도 없기 때문입니다. 신기술을 도입하는 거... 회사도 거부할 이유가 없습니다. 단, 신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이 모두 현재가 아닌 나중을 위한 일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일들이 영향이 없거나 나중을 위해 충분히 투자할 여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겁니다. 게다가 예전의 기술로 개발이 된 것들이라고 해도 이미 오래 사용해 왔기 때문에 검증이 되었고, 지금 당장의 매출과 수익을 만들어 내는 것들입니다. 아무리 신기술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해도 돈을 벌어 오지 못하고, 문제만 발생한다면 그건 애초에 하지 않은만 못합니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신기술이라고 해도 샘플 실행해보고 막히는 건 검색하거나 문서를 보면서 어렵지 않게 해결하고, 원하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예제를 실행해보는 수준으로는 실제 현장에서 아무런 문제 없이 제대로 실행된다는 보장을 할 수 없습니다. 기존의 걸 새로운 걸로 바꿨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모두 예상하거나 대비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이런 건 오직 실제 현장에서 사용해 보면서 시행착오를 거치고, 야근하며 문제들을 해결하고, 운이 없으면 금전적인 피해를 보면서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들이 반복되면서 지금의 안정적인 솔루션/서비스가 된 겁니다. 이런 걸 하루아침에 혹은 단기간에 바꾼다는 건 그게 아무리 더 좋은 성능과 결과를 만들어 내는 신기술이라고 해도 안 됩니다. 실제로 그렇게 되게 하기 위한 개발과 검증이 필요하고, 그 과정은 모두 시간과 돈이기 때문입니다. 개발과 검증이 끝났다고 해도 실제 상용화했을 때도 문제가 없으란 법도 없습니다. 상용화하면서 문제가 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회사에게 돌아옵니다. 엄청난 손실일 수 있고, 회사가 망할 수도 있습니다. 신기술이라는 이유로 이런 리스크를 감수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원하는 수준과 속도로 신기술을 도입할 수 없는 겁니다.
시간과 돈, 인력만 많다면 왜 못하고, 뭘 못하겠습니까? 게다가 회사가 하는 모든 게 항상 성공만 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실패는 줄여야 합니다. 그러니 신중해질 수밖에 없고, 그러니 지연되고, 현상 유지를 하는 기간이 길어지는 겁니다. 이게 잘못된 건 아닙니다. 일종의 리스크 관리이고, 결국 이게 회사 경영하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개발자와 회사는 극과 극의 위치에 있습니다. 고용/피고용, 개인/집단, 돈을 주고/받는 관계 등등 서로가 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지만 생각과 가치는 완전히 다릅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입장 차이가 신기술에 한해서만 있겠습니까? 복지, 월급, 출퇴근, 재택, 휴가, 야근 등 회사 안에서의 거의 모든 것들에 대해 서로 완전히 다르게 생각할 겁니다. 그리고 누구도 틀리지 않기 때문에 해결하기 힘듭니다. 그런 상황이니 어떤 선택에 있어서도 회사와 직원은 매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는 그럼에도 계속 해야 되고, 직원은 퇴사해서 다른 회사로 이직하거나 자신이 직접 사업을 하면 됩니다.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해도 비슷한 상황은 계속 반복될 겁니다. 왜? 말씀드렸듯이 누구도 틀리지 않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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