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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업으로 회사를 다닌다는 느낌 어떠세요?

sosoceo 2023. 11. 2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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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퇴사를 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누가 뭐라고 해도 결국 돈 때문입니다. 월급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아무리 말들을 하지만 만약 회사가 월급을 주지 않는다고 하면 그렇게 말한 사람 중의 얼마나 회사에 남아 있을까요? 회사와의 개인적인 관계나 스톡옵션, 지분과 같은 별도의 계약관계가 아닌 사람들을 100% 퇴사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회사를 다니면서 투잡이나 부업을 할 정도로 현실 세계에서 돈은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자본주의의 노예라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고, 죽을 때 가지고 가지도 못하고, 다 쓰지도 못할 돈을 벌려고 뭐 그렇게까지 하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노예가 되겠다는 것도 아니고 죽을 때를 생각하면서 그렇게 돈을 버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고, 몇 년 뒤의 삶을 위해서 그럴 뿐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발버둥 치는 삶에 대해서 적어도 저는 부정하거나 비난할 생각 자체가 없습니다. 일단 저부터 그러고 있으니까요.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하고, 부업을 하고, 불편함을 감수한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오늘 말하려고 하는 건 이런 내용이 아니고 처음에 언급했던 돈 때문에 차마 퇴사를 할 수 없는 회사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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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직장/취업에 대한 조금은 다른 접근 방법 #2 -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만 할애할 수 있는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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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 곳의 중소 개발 회사를 6년 동안 재직한 것이 직장 생활의 전부입니다. 대학생 때는 취업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회사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직장 생활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취업을 했다면 아마 6년 동안 회사를 다닐 수 없었을 겁니다. 입사를 하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회사 생활 자체는 치열했지만 힘들어서 퇴사나 이직을 고민한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 6년은 대학생 시절만큼이나 제게는 알차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4년은 회사에 적응하고, 배우고, 공부하고, 해결하는 데 바빴고, 나머지 2년은 회사를 다니면서 동시에 내 일을 하며, 퇴사 준비를 하느라 바빴습니다. 그렇게 퇴사를 해서 사업을 시작한 지 벌써 5년이 됐습니다. 내년이면 회사를 다닌 기간과 퇴사 후 사업을 한 기간이 거의 비슷해집니다. 그리고 대략 2년전부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곳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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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매력적인 회사를 다녔다는 게 아니라 회사라는 특징을 갖는 모든 조직들 자체가 매력적이었다는 의미입니다. 단,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1. 힘들더라도 배울 수 있는 것이 있어야 됩니다

2. 내가 맡은 업무에 대한 숙련도가 생겼을 때부터 회사가 내게 매력적인 곳이 될 수도 있습니다.

3. 업무 시간은 물론 쉬는 날이나 퇴근 이후에도 내 시간을 활용할 줄 알아야 됩니다

 

너무 뻔한 말이고, 너무 포괄적이고, 어쩌면 너무 추상적인 표현들일 수 있습니다.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회사의 직원이지만 회사 업무에 최소한의 시간을 할애해서 업무 시간은 물론 쉬는 날에도 내 일을 하자" 입니다. 한 문장으로 표현하다 보니 너무 많은 것들이 함축되어 있어 설명이 필요할 겁니다. 이렇게만 말하면 회사에서 일은 안 하고 개인적인 일만 하는 월급 루팡으로만 보일 겁니다. 그런 것도 없지는 않지만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이상 회사 일은 제대로 해야 됩니다. 동시에 내 일도 해야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맡은 일에 대한 숙련도가 생겼을 때부터" 라는 두 번째 전제를 단 겁니다. 

 

6년 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4년은 회사 다니기 바빴고, 나머지 2년은 회사 일과 내 일을 병행하느라 바쁘다고 말을 했습니다. 이 말이 회사 일을 대충 했다는 것이 아닙니다. 처음 4년 동안 회사에서 구르고, 삽질하면서 야근과 주말 출근을 반복하다 보니 퇴사하기 2년 전쯤에는 실력과 짬이라는 게 생겨서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핵심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겠더라고요. 거기에 기술과 요령도 생겨서 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일정이나 업무 범위도 제가 어느 정도는 컨트롤할 수 있게 되면서 제한된 범위이기는 했지만 내 시간을 확보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결국 회사에서 해야 되는 건 제대로 하면서 내 것도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쉬는 날이나 퇴근 이후에도 내 시간을 활용할 줄 알아야 된다" 는 세 번째 전제를 단 겁니다.

 

월급을 주는 회사에서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개인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고, 하루의 대부분은 어쩔 수 없이 회사의 일을 해야만 합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정말 여유 있게 회사를 다니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건 운이나 개인의 실력/역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내가 그런 상황이 되어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든 적든 내가 그 시간을 활용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업무 시간에는 내 업무 숙련도를 활용해서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내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퇴근 이후에는 피곤하더라도 하루의 마지막 시간들을 어떻게든 활용을 하고, 쉬는 날에는 뒹굴거리는 시간을 줄여 평일에 마음 놓고 할 수 없었던 내 일들을 제한 없이 해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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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굉장히 벅차거나 힘겨울 수도 있지만 직장인의 신분을 유지하면서 이러한 과정들이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굉장히 많은 장점들이 있습니다. 

 

1. 월급이라는 고정수익

2. 고정수익이 있기 때문에 내 일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지 가능

 

돈 때문에 퇴사를 하지 못하지만 퇴사를 하고 사업을 시작해도 돈 때문에 사업을 접고, 다시 직장인이 됩니다. 이건 불변의 진리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정말 그러니까요. 퇴사를 해서 사업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 되면 보통 현금 잔고가 빵빵하고, 오랜 직장생활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꽤 높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인 상태에서 퇴사를 하고 사업을 하면 꽤 높은 확률로 다시 직장인이 됩니다.

많아 보이던 현금은 생각보다 빨리 사라지고, 사업은 계획대로만 되지 않는데 돈만 나가고 수익이 없는 기간이 지속되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엄청난 압박감이 자신을 억누르기 시작합니다. 결국 회사에서 내가 하는 일에 비해 한없이 적게만 느껴졌던 월급을 회사라는 울타리 밖에서 번다는 건 굉장히 어렵다는 것만 배우고, 제일 익숙하고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원래의 직장인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저도 그렇게 될 수 있었고, 실제로도 엄청 고민도 했었지만 기억도 나지 않는 과정들을 통해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습니다. 사업을 하기 위해 할애할 시간도 필요하지만 그것만큼 돈도 필요합니다. 사업을 하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퇴사를 할 수도 있지만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고정수익을 회사를 통해 확보할 수도 있는 겁니다. 꼭 직장과 사업을 별개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더 노력하고, 더 힘들어지는 상황을 감수한다면 얼마든지 어느 시점부터는 직장과 사업도 병행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반대로 사업을 하면서 오히려 "적당히" 일을 할 수 있는 회사를 간간이 찾아보기도 합니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청년이 줄어들고, 취업 자체도 잘하지 않으며, 재직 기간도 짧아지고 있고, 재택을 선호하며, 거침없이 할 말 하고, 거침없이 퇴사를 하는 지금의 20대 ~ 30대 구직자들의 성향을 보면서 적지 않은 경력과 기술을 가지고 있고, 적당히 일하고 싶지만 당연히 월급도 그에 준하게 덜 받는데 동의하며, 오히려 출퇴근을 원하며, 그래도 아직 30대인 저라는 구직자를 필요로 하는 회사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사업을 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것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위의 상황들을 고려해 봤을 때 분명 허황된 생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직 그런 회사를 찾지는 못했고, 당장 제가 심각하게 취업을 고려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어쨌든 제 본업은 사업이고, 위와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회사가 있으면 얼마든지 다시 직장인이 될 의향은 있지만 당장 못 찾는다고 해서 먹고살면서 사업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 회사를 찾는다면 제 사업에 도움이 될 거라는 건 사실이기 때문에 늘 준비는 하고 있습니다. 

 

인맥 + 지식

 

혼자보다 전체일 때 더 큰 힘을 낼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이 있습니다. 퇴사를 해서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서 가장 크게 변하는 건 내가 속하는 조직과 인간관계입니다. 대기업에서의 나는 여러 부품 중의 하나라고 표현을 하지만 퇴사를 하고 사업을 하면 나 자체가 하나의 공장이고 회사입니다. 내가 전부입니다. 회사도 하나이고, 나도 하나이지만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규모의 차이가 큽니다. 내 사업 자체는 벅찰 정도로 내가 모든 걸 다해야 하지만 남한테 시키기에는 내 여력(결국 돈)이 안됩니다. 만나는 사람도, 만나는 빈도도, 알게 되는 것도, 알고 있는 것도 질적/양적으로 너무나도  큰 갭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갭의 크기는 더욱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갭을 내가 극복하거나 아니면 특정 영역에서 내가 더 큰 존재/조직이 되거나... 당연히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고, 그래서 다시 한 번 직장인으로 돌아가게 되는 고비가 발생합니다.

 

반대로 이 모든 것들이 직장인 일 때의 장점이 됩니다. 다양한 인맥과 업무, 동향, 기술,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거죠. 그것도 월급이라는 고정수익을 받으면서!! 즉, 회사가 단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이다 보니 지금의 내 상황에서 장점보다는 단점에 더 큰 의미를 두게 되고, 그걸 기반으로 선택을 하게 됩니다. 결국 각자가 알아서 판단을 하고 결정을 하는 겁니다. 그리고 저는 이미 그런 판단을 한 상황에서 당연히 지금의 제가 부족한 것을 기준으로 회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겁니다. 그 이야기하고 있는 회사의 장점들은 거꾸로 지금 사업을 하고 있는 제 단점들입니다. 위에서 말한 세 가지 전제 조건 중의 첫번째가 "힘들더라도 배울 수 있는 것이 있어야 된다." 입니다.

돈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돈을 준다고 해서 어느 회사에서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사업을 하면서 얼마든지 사업 외적인 일로 돈을 벌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내 사업이 본업인 이상 다른 일을 하더라도 내 사업의 연장선 상에 있어야 됩니다. 물론 돈이라는 거 자체도 제 사업의 연장선 상에 있지만 돈 이외의 또 다른 무언가가 없다면 그 일은 하지 않을 겁니다.

 

남의 일이나 회사 일을 하면서도 그 일을 계속하게 되는 원동력은 돈 이외에 새로 알게 되는 지식과 인맥이라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지식과 인맥은 돈만큼이나 사업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가끔은 돈보다 더 큰 영향력을 끼치기도 합니다. 큰 비용이 들거나 심지어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인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있고, 내가 알고 있으면 돈이나 인맥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회사에서 내가 바쁘고 힘들고,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쌓인다는 건 내가 뭔가 새로운 것을 습득하고 있고, 새로운 사람과 조직을 알게 되면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한 건설적인 고생들의 기회나 시간들이 회사에서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지만 사업을 하는 동안에는 내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렇게 되면 당장 몸은 편하지만 정신적으로는 굉장한 압박감을 받게 됩니다. 회사에서 느꼈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거 같은데 나한테 와닿는 무게감이나 압박감은 질적/양적으로 다릅니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서 직장인과 사업자의 장점을 동시에 취할 수도 있다는 걸 말하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고민과 시도는 필수이고, 절충/조율도 필요합니다. 시행착오는 기본이고, 몸과 마음도 힘들어야 됩니다. 그 정도가 처음에는 너무 크고 벅찰 수도 있지만 그 정도는 회사만 다니고, 혹은 사업만 하는 사람들에게도 일상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마냥 편한 과정과 결과 따위는 없습니다. 회사와 사업을 꼭 별개로 놓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N잡, 부업도 모두 그런 생각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들입니다. 사업이라고 다를 게 없습니다. 그러다 그 사업 자체가 커지면 그때 퇴사해도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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