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4년 전에 퇴사한 회사에서 파트너사라는 표현으로 회사 대 회사로 계약을 맺고 회사 일을 외주로 맡아 달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간단하게 하청 업체입니다. 제가 직원으로 6년 넘게 일했던 회사는 중소 개발 회사인데 최근에 일은 많은데 직원이 부족하고, 개발자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이런 연락이 오는 겁니다. [관련 글 : 직원에서 하청 업체로?!]
복직하라는 말은 계속 거절을 했었는데 회사 대 회사, 즉 제가 퇴사 후 하고 있는 사업으로써 일을 해보자는 제안은 저를 며칠 째 고민하게 만드네요.
제가 복직을 하든, 하청 업체가 되든 결과적으로는 똑같이 일하고, 똑같은 시간을 할애하게 될 겁니다. 그런데 회사로써 계약을 하자고 하니 이걸 기회 삼아서 매출과 직원을 늘려볼 생각이 든 겁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좀 자극도 필요해서 다른 일을 벌일 필요도 있을 거 같고요...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7548/clips/62
하지만 역시 문제는 어떠한 형태로든 전 직장의 일을 맡게 되면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사업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확 줄어들 거라는 점입니다. 물론 이전 직장의 일을 맡게 된다면 직원을 고용해서 그 일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직원을 구한다고 해도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제가 관여를 해야 되고, 애초에 인건비 자체도 걱정이 됩니다. 그리고 어떻게 잘 돌아간다고 해도 그때부터는 직원의 인건비 때문에라도 끊김 없이 일을 계약해야 손해를 보지 않기 때문에 이전 직장에 직원 아닌 직원이 되어 버릴 수도 있을 겁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퇴사하고 사업으로 하던 "제" 일은 비중이 점점 작아지고, 결국 퇴사 이전 시점과 다를 게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릴 겁니다. 차이가 있다면 직원으로 일을 했을 때보다는 보수가 더 좋다는 거...
그러다가 어제 책에서 아래 내용의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기도 중에 흡연을 해도 되나요?"
"안 됩니다!"
하지만 질문을 바꾸면 결과적으로는 같은 상황인데도 답변이 바뀝니다.
"흡연 중에 기도를 해도 되나요?"
"그럼요!"
퇴사한 회사와 계약을 맺고 일을 하는 데 왜 종속될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다니던 회사의 일을 하기 위해서 직원을 구하는 게 아니고,
내 일을 주 업무로 할 직원을 고용하고, 틈틈이 다니던 회사의 일을 하게 해야지!
직원을 고용하고, 다른 회사의 일을 한다는 건 어떤 선택을 해도 동일하지만 직원이 어떤 일을 메인으로 하는가의 차이가 있는 겁니다. 내 일을 메인으로 하게 한다면 다른 회사와의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 칠 필요가 없고, 내 일은 내 일대로 더 많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겁니다.
계약을 유지하면서도 직원이 내 일을 메인으로 할 수 있으려면 이전 직장에서 그럴 수 있는 일들을 선별해서 받아야 됩니다. 큰 규모의 일에 경우에는 그 일만 해도 벅찬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제가 직원으로서 다녔던 회사의 일이기 때문에 그건 제가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습니다.
고민하고 있는 건 직원을 구한 이후에 만약 이전 회사에서 주는 일이 없거나 내가 다 거절을 해도 그 직원에게 인건비를 주면서 내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느냐 입니다. 즉, 사람을 한 명 고용해도 내가 그 사람에게 확실하게 맡길 일이 있고, 나는 그 일을 맡김으로써 인건비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느냐가 새로운 고민거리가 된 겁니다. 단순히 '나한테 일을 맡긴다는 회사가 있고, 나도 마침 일이 많아서 직원을 구하려고 했는데 겸사겸사 잘 됐구나...' 인지 아니면 '내 일의 외향을 절대적으로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인지를 잘 판단해서 결정해야 됩니다.
분명 직원을 구해서 하고 싶은 일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일을 하다가 문득 생각나는 것이라서 정리를 한 것도 아니고 제대로 고민을 해 본 적도 없었네요... 그래서 최근 며칠 동안은 계속 직원을 고용한다면 어떤 것들을 맡길 수 있을지, 애초에 지금 내가 직원이 필요한지 등을 따져 보고 있습니다. 분명하고 싶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못 안 하고 있는 건지, 정말 내가 할 수 없었던 건지,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게 아닌지, 설령 남한테 맡겼을 때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건지... 등등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고민의 내용이 달라지네요..
직원을 고용하지 않고, 이전 회사의 일을 제가 직접 하는 것도 생각해 봤습니다. 절대적으로 직원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고, 내가 직접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하지만 참기로 했습니다. 언제까지 제가 직접 하는 형태의 사업을 할 수는 없습니다. 나라는 개인은 능력과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의 한계가 있는데 언제까지 내가 직접 하려고 한다면 이건 성장하는 게 아니고 그냥 버틸 뿐이니까요... 답답하면 직접 하려고 하니 아직도 직장인일 때 버릇을 버리지 못했네요.. 아직도 갈 길이 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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