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o한 CEO의 소소한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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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나도 사업자이고, 친인척도 사업자이면 일어나는 일

sosoceo 2021. 11. 24.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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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다녔던 회사는 삼촌이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중소 개발 회사인데 일은 많고, 개발자는 부족해서 계속해서 복직하라는 연락을 받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끝까지 사업하겠다고 버티니까 이제는 회사 대 회사로 계약해서 하청 업체로 일하라고 연락이 오고 있습니다. 솔직히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매출을 늘릴 수 있는 일이라면 당연히 긍정적으로 검토를 해야 됩니다. 게다가 친인척이 운영하는 회사이니 남보다는 훨씬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습니다. 이 정도만 이야기를 해도 대부분의 분들께서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될 겁니다.

가족, 친인척, 낙하산, 가족경영에 대해서 좋지 않은 이야기들을 여기저기에서 많이 듣기 때문입니다. 

 

젊은 아들이 아버지 회사의 팀장/상무/이사로 일하고,

가족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 일을 몰아주거나

가족들이 회사의 주식을 나눠서 보유하고,

여러 편법을 사용해서 가족에게 회사를 넘기고...

 

등등등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제가 궁금한 건 동네 식당을 자식이 물려받아서 운영하는 거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지 않으면서 회사를 물려주는 거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반대의 인식을 가지고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퇴사하고 사업을 시작한 지 4년 정도 되었는데 1년에 한 두 건 정도 삼촌 회사의 일을 받아서 처리했었습니다. 확실히 개인을 상대로 하는 것보다는 회사를 상대로 할 때 건 당 매출이 훨씬 큽니다. 게다가 그 회사에 다니면서 했던 일이고, 삼촌 회사의 일이다 보니 분쟁의 여지도 거의 없습니다. 솔직히 같은 금액의 일을 남과 계약해서 했다면 갈등이나 분쟁 등이 훨씬 더 많았을 겁니다. 가족이기 때문에 그런 불만에 대해서 삼촌이 제게 말을 하지 않을 것일 수도 있지만 가족이기 때문에 제가 삼촌 일을 더 꼼꼼하게 처리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삼촌 회사의 일이라고 무조건 받지 않고, 최종적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잘 해결할 수 있는 일들만 받기 위해서 더 꼼꼼하게 검토하고, 더 신중하게 결정합니다. 제 경우에는 가족이기 때문에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 더 신경을 쓴 겁니다. 만약 가족이라서 쉽게 돈을 벌 생각이었다면 일을 더 많이 받을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기 위해서 선별해서 받다 보니 1년에 한 두 건의 일만 맡은 겁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7548/clips/61

 

사업 한다면서 왜 준다는 돈을 받지 않을까? #1 (by SoSoCEO - 사업하는 개발자)

다녔던 회사인지라 어떤 일인지를 너무 잘 알다 보니 차마 수락할 수가 없네요... 퇴사해서 어렵게 자리 잡았는데 그래놓고 퇴사한 회사의 일을 하는 것도 이상하고...

audiocli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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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지 않고,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일을 대충 한 것도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삼촌도 저에게 일을 맡긴 거고, 어쩌면 다른 곳에 맡겼을 때보다 비용이 더 발생하더라도 믿을 수 있기 때문에 저에게 일을 맡기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삼촌 회사의 업종 특성상, 처리한 일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훨씬 더 큰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친인척이 아니면 갑과 을은 철저하게 자신의 입장만을 생각하지만 친인척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결과에 가치를 두고 대화하고, 협의하고, 결정합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위험 요소가 있으면 서로 공유하고, 조정하고, 그래도 안 되면 더 좋은 방법을 함께 모색하거나 깔끔하게 일을 함께 하지 않습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일 외적인 걸로 시간/감정 낭비할 필요도 없습니다. 서로가 일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7548/clips/62

 

사업 한다면서 왜 준다는 돈을 받지 않을까? #2 (by SoSoCEO - 사업하는 개발자)

계속 거절해셔 죄송할 뿐 ㅠ.ㅠ

audioclip.naver.com

물론 남들이 봤을 때는 가족끼리 잘 먹고, 잘 사는 꼴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족끼리 잘 먹고, 잘 사는 게 죄는 아닙니다. 가난한 가족이 콩 한쪽이라도 나눠 먹는 건 뭐라고 하지 않고, 부유한 가족이 남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금액을 주고받는 거에 대해서는 지탄을 합니다. 삼촌 덕분에 사업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삼촌은 누군가한테 맡겨야 될 일을 저에게 맡겼고, 그 일에 맞는 금액을 저에게 지불한 겁니다. 많은 돈을 버는 것도 힘들지만 그 돈을 사용하고, 유지하는 건 더 힘듭니다. 그리고 사업을 하면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건 더 힘듭니다. 삼촌은 그 문제를 저를 통해 해결하고, 다른 일에 조금이라도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업을 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풋내기이고, 부족한 게 많은 기반 없는 30대일 뿐입니다. 발버둥만 치다가 어떠한 결과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삶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삼촌에 도움으로 좀 더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제 일을 하면서 이것저것 시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좋으면 좋았지 나쁠 게 없습니다. 그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맥을 만들기 위해 모임에도 나가고, 회비도 내고,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거 없이도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게다가 나도 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이거야말로 윈윈이고, 누이도 좋고 매부도 좋은 상황입니다. 불법이 아닌 일을 서로 밀고 당기고 하면서 각자의 사업을 계속해서 유지해 나가는 겁니다. 

내가 할 수 없는 걸 해낸 사람들을 시기하고 무조건 깎아 내리는 건 건설적이지도 생산적이지도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지 그게 어렵고 힘들다고, 남을 헐뜯고 비난한다? 차라리 저는 욕먹고, 비난당하는 당사자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거에 대해 굉장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당연히 도움을 받을 거고, 그러기 위해서라도 저도 삼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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