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기 위해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결국에는 퇴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업하겠다고 퇴사했다가 돈 없어서 다시 취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회사에서 월급 받으면서 사업하면 좋지 않을까요? 그러지 않는 게 아니고 못하는 거죠. 이유는 시간 때문입니다. 잠자는 시간 빼고 하루의 거의 모든 시간을 회사에서 일을 해야 하는데 내 사업할 시간이 없는 겁니다. 그래서 저도 퇴사하고 사업하고 있는 거고요.
http://www.podbbang.com/ch/1780825?e=24232366
그런데 세상이 좀 희한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최근 2년 동안의 코로나가 좀 끝나는가 싶더니 오미크론이라는 녀석이 나타나서 또 2년을 그렇게 보내야 된다는 겁니다. 또 자영업자 분들은 절규를 할 거고, 오미크론 시대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많은 말들이 나올 것이며, 나라에서는 또 지원금을 뿌릴 거고,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죽네, 사네, 책임져라, 무능력... 이런 글들이 올라올 겁니다.
하지만 어느 시대에, 어느 사건도 항상 그늘만이 존재하는 건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위기다', '최악이다'라고 말하는 시기에 오히려 더 잘 나가는 사람들이 있는 법입니다. 전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많은 직장인들이 꿈에도 그리던 재택근무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하루에 1,000명, 2,000명을 넘어 7,000명, 8,000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데 지하철과 버스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사무실로 출근하고, 식사 시간에 또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마스크 벗고 밥을 먹은 후에 다시 사무실로 오게 할 수는 없었던 겁니다. 물론 모든 회사가 그러고 있는 건 아니고, 현재 저는 퇴사하고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분위기가 어떤지는 정확히 알 수도 없습니다.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건 개발자로 6년 일하다가 퇴사해서 사업을 하고 있는 제 상황 밖에 없네요. 퇴사하고 사업을 시작한 지 4년이 되었습니다. 특정 업종/분야의 일만 하는 게 아니고 내 일로써 내가 직접 해서 매출이 발생하는 거라면 제 능력 내에서 가리지 않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코로나가 오고, 뒤이어 오미크론이 왔습니다. 이런 시대에서 개발자들의 상황/입지의 변화가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개발자 출신이니 다른 개발자와 이야기를 하고, 만나고, 협업하기는 어렵지 않죠. 뉴스도 보고... ) IT/개발 분야가 대세인 것도 있겠지만 이와 함께 코로나/오미크론까지 콜라보가 되어서 개발자들은 현재 훨훨 날고 있습니다. 능력만 있으면 신입의 연봉이 6,000만 원이 넘고, 중소기업에서 일하던 개발자가 누구나 아는 회사로 이직하기도 하고, 대기업에 다니던 친구들은 더 좋은 조건의 IT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관련 글 : 초봉이 6,500?! 개발자의 세상이구나]
게다가 주5일 근무도 이제는 엣 말이 된 거 같습니다. 제가 예전에 6개월 정도 PM 역할을 하면서 잠깐 일했던 스타트업 회사가 있었는데 그 회사는 주 2회 출근만 하면 됐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주 1회 출근하는 회사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저번 주에 그 회사에 면접을 보고 왔습니다 ㅋㅋㅋㅋ
아니!? 사업한다고 퇴사했으면서
다시 취업을 한다고?
저는 무조건 사업할 겁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내 일로써 내가 직접 해서 매출이 발생하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하기도 할 겁니다. 코로나 이전의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절대 회사와 엮이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회사들은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개발이라는 일은 재택근무에 가장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개발자들 중에 디지털 노마더들이 많은 겁니다. 그리고 그 재택근무의 정도가 주 2일도 안 되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게다가 개발자를 필요로 하는 곳도 많고, 개발자는 귀하고, 몸 값도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사업하는 입장에서, 이런 개발 회사에 취업하는 게 굉장히 좋은 비즈니스 모델로 보이는 겁니다. 기존에 사업으로 하고 있던 것들을 유지하면서도 얼마든지 회사에 속해 있을 수 있게 된 겁니다. 게다가 월급이라는 고정적인 매출도 생깁니다.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직장인들을 보면서 '계속 개발자로 일할 거 그랬나?' 이런 생각을 할 정도로 사업이 힘들 때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제가 개발 회사에 다닐 때와 지금의 개발자의 처우와 워라벨이 좋은 회사가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제가 다니던 회사의 전체적인 업계 분위기는 또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재택근무 화끈하게 시켜주는데 연봉도 높고, 워라벨도 좋은 그런 회사/업계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도 있는 겁니다. 만약 제가 계속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었으면 저는 그런 조건에서 일하지 못했을 거고, 그런 회사가 많이 보이지도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퇴사를 하고, 사업을 하면서 의도하지 않게 스타트업 회사를 많이 알게 되었고, 그런 회사들 중에는 제가 충분히 내 사업을 하면서 그 회사의 일도 병행할 수 있을 곳이 많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주 2회 출근, 주 1회 출근.... 또한 대부분의 스타트업 회사는 지원을 받아서 사업을 시작하는데 대표들은 개발자가 출신이 아닌 경우가 많아서 일의 난이도나 업무 강도가 제가 다니던 회사보다 훨씬 낮습니다. 그런데 월급과 워라벨은 훨씬 좋고... 그리고 마침 저는 개발자 출신입니다.
고정적인 월 수익을 만들고, 새로운 사람과 기술도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업무 강도는 낮고, 재택 근무 일수가 출근하는 날보다 더 많습니다. 취업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자로서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보이는 겁니다. 오히려 내 사업의 스트레스에서 잠깐 벗어나서 쉬는 시간이 되겠더라고요! 그런데 수익이 발생합니다!!(대박!!!)
일단 개발자로 진로를 선택한 건 제 의지는 아니었기 때문에 운이 좋았던 겁니다. 제가 개발 공부를 시작하고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이 개발자가 대세이지는 않았습니다. 그 뒤로 6년 동안 개발 회사를 다니다가 퇴사를 한 건 제 선택이었습니다. 코로나와 오미크론은 세상 누구도 어찌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것들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서 저는 지금 대세에 살짝이나마 엮일 수가 있는 조건에 있습니다. 운, 선택, 실행... 이 중의 뭐 하나라도 없었다면 그럴 수 없었을 거고, 지금 이런 글을 쓰고 있을 수도 없었을 겁니다.
아직 면접 결과가 나온 건 아니지만 어차피 저는 사업자이니 취업 못 했다고 절망하거나 조급해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평소처럼 하던 일 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만약 취업이 되면? 당분간 좀 더 바빠지겠지만 매출이 늘어나기 때문에 사업적으로 뭔가 다른 걸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취업을 해서 내 사업을 더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겁니다! 이런 게 사업의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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